질경이처럼...
질경이처럼...
  • 유진희
  • 승인 2005.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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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한송희씨를 만나고
골목어귀, 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야생화 질경이. 질경이는 사람들이 밟히는 곳에 산다. 탱크가 지나쳐도 그 생명력은 위협하지는 못한다. 아주 질긴 섬유질을 가진 잎과 탱글탱글한 열매가 있기 때문이다.

조각가 한송희(48.월곶면 군하리) 그녀는 질경이다.

전쟁의 상흔이 아직 남은 1958년 김포시 월곶면에서 태어난 그녀는 보릿고개와 새마을 운동의 산업발전과 함께 자라 지금의 남편(최규태)과 결혼해 평범한 삶을 살았다. 29살이 되던 어느 해 우연히 찾은 미술관에서 흙으로 빚은 여인의 모습을 본 뒤 테라코타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 길로 그녀는 이종안(수원대 조소과 교수)선생과 인연을 맺어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0년 처음으로 흙사랑전(동숭아트갤러리) 전시회를 비롯 11번의 단체전과 1998년 제1회 개인전(김포시민회관), 2000년 제2회 개인전(관훈미술관)을 열었다.

1992년 제29회 목우회입선(현대미술관), 1994년 제15회 현대미술대전 최우수상(디자인포장센타) 등 수차례 수상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소아당뇨란 병을 갖고 있다. 결혼 10년이 지나도 생기지 않는 아기. 위험을 무릅쓰고 시험관 아기를 얻었다. 임심중독중으로 가까스로 얻은 아기(최수종)였다.

그때부터 당뇨병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아기와 함께 월곶면 군하리 옛집에서 많은 작품 활동을 했다.

그런데... 수종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부터 병이 점점 악화됐다. 합병증이 시작된 거다. 족부괴사(당뇨병 발)다. 발가락을 절단하기 시작해 발뒤꿈치까지...

2000년부터 2005년 오늘까지 그녀는 11번의 수술을 했고 지금도 이틀에 한번 꼬박 병원에 다녀야 된다. 그리고 이젠 보행이 불가능한 장애 3급이다.

그녀는 흙으로 여체의 신비를 빚는다.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아름다움은 무얼까? 그녀의 작품에서 여인의 풍만함으로 출산의 경이로움과 생명의 신비를 읽는다.

조각가 한송희. 그녀는 그녀의 이름대로 살고 있다. 병이란 이름으로 끝없이 밟혀도 죽지 않고 한송이 꽃을 피운다. 그리고 그녀에겐 질긴 섬유질을 지닌 잎과 같은 남편과 부모님들, 탱글탱글한 생명력으로 지닌 열매 같은 그녀 아들 수종과 그녀의 어린 제자들이 있다.

'내 병과 장애로 주변의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데 결코 시들어서는 안 된다.'
빨리 새집을 짓고 싶다. 요즘은 세번째로 열 개인전 준비가 한창이다. 병과 장애는 올곧이 자신과 가족의 희생을 요구했지만... 그녀의 맑은 음성은 아직도 삶을 지배한다. 그녀의 작품속의 여체처럼 풍만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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