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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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포데일리
  • 승인 2005.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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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때 방송사 특집프로그램 재탕, 삼탕 다반사 올해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일본 방송 국가경기 ‘스모’ 경기 쉽게 접해… 올 추석 ‘민속씨름’ 중계안해 유감

추석이 며칠 앞으로 다가오면서 연상되는 것이 있었다. 그 중의 하나가 해마다 반복되는 TV 연휴 특집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일이었다. 명절이 되면 ‘그 얼굴이 그 얼굴’인 겹치기 프로그램이 짜증스럽고 재탕, 삼탕이 다반사인 특집을 보기가 민망했던 기억이 있어서다.
이번 추석을 앞두고 네티즌에 대한 추석 명절때 그만 봤으면 하는 TV 프로그램 조사에서 연예인 청백전이 1위, 마술 서커스프로그램 2위, 성룡영화 3위, 스타들의 NG 퍼레이드 4위, 외국인 장기자랑이 5위를 차지했다. 이것이 바로 시청자들의 의식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올 추석 연휴특집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시청자들이 그렇게 지겨워하는 연예인들의 겹치기 출연이 변하지 않았고, NG 프로그램(KBS 2 올드미스 다이어리)이 70분이나 방송됐기 때문이다.
사회자가 한복으로 갈아 입으면 특집인가라는 냉소적인 비판 또한 없지 않았으며 정규 프로그램에다 ‘특집’이라는 타이틀만 버젓이 붙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현명한 국민(시청자)이 아무 말 안한다고 명분 없는 프로그램들이 반복되고 한편에서는 시청률, 광고수입을 올리기 위한 방편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추석 연휴 시청률이 지난해 14.1%에서 11.3%로 떨어졌다. 연휴 기간이 짧았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방송사들의 특집 행태를 보면 명분없는 함량 미달의 특집이 많다는 것을 알게 하는 수치다.
특집은 한마디로 특정 문제를 특별히 다루는 것을 말하는데 특별한 것이 없는 짜깁기라면 시청자들이 외면하는 것은 당연하다. 명절이 되면 어쩔 수 없이 방송을 접해야 하는데 명색이 특집인데 평소 정규 프로그램이나 다름없다. 이 또한 과대 포장의 한 단면이고 시청자를 얕잡아 보는 태도가 아닌가 싶다.
AGB닐슨 미디어리서치 올 추석 방송 3사 오락 및 연예 프로그램 순위를 보면, SBS <빅스타 NG열전>, MBC <나훈아의 아리수>, SBS <한미일 마술 대격돌>, MBC <만원의 행복 베스트>, KBS2 <코미디 7080> 순이다.
추석을 앞두고 조사한 ‘이런 프로 이제 그만’과 비교해보면 네티즌의 소망이 무색해졌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얼마 전 작고한 서기원 KBS 사장 때 일이다. 그 당시는 설이나 추석, 국경일이나 기념일에는 특집 드라마를 빼놓지 않았는데 서 사장 재임 당시 추석 특집으로 <너도 늙어 봐라>라는 제목의 드라마를 만들 때다. 작가는 유호씨였는데 만약 결재 과정에서 서 사장이 타이틀을 고친다면 그만두겠다는 엄포가 있었는지라 그 귀추가 주목됐었다.
연출자는 이 제목 하나로 인해 무척 고민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결재를 무난하게 받아냈고, 방송 결과도 좋아 프로그램 평가상까지 받았다. 뜬금없이 그 당시 이야기를 하는 것은 특집 하나를 만드는데 작가, 연출자, 연기자 그리고 결재 과정이 만만찮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그만큼 고심을 하고 온힘을 쏟아 ‘특집’이라는 타이틀을 훼손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너도 늙어 봐라>라는 제목은 아름다운 실버들의 이야기이지만 한편으로는 사장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냐고 생각할 수가 있었던 당시 세태를 감안하면 작가의 고집도 예사롭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 방송을 보면 ‘스모’ 경기를 쉽게 접하게 된다. 일본의 국가경기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방송에서도 많은 시간을 배려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물론 시청자들이 열광하니까 방송한다는 이야기도 되지만, 자기 것을 아끼고 발전시키려는 의지를 엿볼 수가 있다.
이번 추석에는 불행스럽게도 우리나라 국기나 다름없는 ‘씨름’을 방송에서 볼 수가 없었다. 일본과 대비해 보면서 씨름협회와 KBS간의 대회 중계료 갈등이 표면적인 이유라고 하나 아쉬움이 크다.
한때 ‘천하장사 씨름대회’라는 민속씨름대회는 83년 출발 당시 장안의 인기를 독차지한 바 있다. 천하장사 이만기의 묘기에 함성이 터졌고 이봉걸, 이준희 등 선수들의 이름이 연일 화제로 오르내렸다. 또 명절 때마다 우리 고유의 씨름으로 국민들의 자존심을 세워 주고 흥을 돋궈주었다. 이번 TV 중계 무산으로 문화유산을 말살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추석은 우리나라 최대의 명절이다. 이런 민족적인 명절을 맞아 방송을 보면서 느낀 것은 ‘그 나물에 그 밥’인 특집이라는 물량 공세 보다는 씨름과 같은 우리 고유의 스포츠가 우선 돼야 하고, 더욱 발전시켜야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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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부산일보 서울지사 취재기자와 KBS 홍보실에 근무했으며 현재는 자유기고가로 활동하며 <주간 불교>에 ‘선재동자의 남도 삼천리’를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는 ‘나도 이제 스타’, ‘아버지가 딸에게 꼭하고 싶은 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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