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날의 시작
살아있는 날의 시작
  • 김포데일리
  • 승인 2005.10.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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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쉬킨의 시가 생각나는 아침, 분을 다투는 이른 시각 각자 자신의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하루는 살아있음에 감사할 틈도 없이 시작되어 버리곤 한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  슬픔의 날 참고 견디면 머지않아 기쁨의 날이 오리니 /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 버리고 지나가 버린 것은 그리움이 되리니/

현재가 언제나 슬프기만 하다면,  내일이 없다면, 누가 절제하고 준비하며 살아갈까? 순간 웃을 수 있고 감사할 수 있기에 좀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기에 오늘을 살지 않을까?

중간고사를 치르는 딸아이의 지친 모습이 하루 일과를 마친 내 모습보다 더 지쳐 보이는 것은 어떤 연유에서 일까? 살아 있음에 자신의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이리라. 내일을 준비하기에 바쁜 우리들의 딸들이 좀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내길 바랄 뿐.......

길가의 코스모스를 보며 가을의 정겨움을 느낄 수 있다면 과장된 표현일까? 황금 들녘의 가장자리에 자리한 갸냘픈 그 자태는 당당하게도 흔들림없이 그 자리에 서 있음을 과시하는 것 처럼 느껴졌다.

연약하기 그지 없어 보이는 작은 꽃이지만, 무리지어져 있음에 함부로 할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다가와 가슴이 시려옴은 가을 날에만 느낄 수 있는 정취로, 꾸밈없는 소박함으로 가슴을 채워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자연 앞에서 작아짐을 느낀다면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자존심을 건드린게 될까!

모 건설회사 부장님이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데 비가 부슬부슬 오는 어느 날 술에 거나하게 취한 손님이 들어 오시더니 " 야 이거 (우산을 주며) 갖다 놔" 하더란다. 순간 기분이 몹시 상했으나 예 하고 정중히 우산을 받아 우산꽂이에 꼽고 손님에 대한 예의를 다하고 보낸 후,

다음 날 아침 어제의 복수로 전철 역의 역무원 앞에서 "야 표하나 줘봐" 하며 돈을 내밀었단다. 역무원의 노려봄을 확인한 부장님, 당신이 우리 집에 왔을 땐 내가 종이고, 내가 당신 앞에 섰을 땐 내가 왕이니 어찌하겠느냐 물으니 벌게진 얼굴로 표를 주더란다.

우리의 일상이 밤과 낮이 있고 음지와 양지로 나뉘어 있으매 어느 곳에 있든 인간의 도리를 지켜 상식 선에서 생활해야 하지 않을까?

오늘 우리의 삶이 새로운 시작이 되어 작은 불꽃으로 빛을 발할 수 있다면 더 없는 행복이 우리에게 주어질 것이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는 하루, 아니 매일이 되었으면 참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청명한 가을날에 들판의 풍성함을 바라보고 조금만 여유로운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면..../노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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