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야기-'대통령과 도전 골든벨’
방송이야기-'대통령과 도전 골든벨’
  • 김포데일리
  • 승인 2005.11.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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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방송 제작·행사장에 대통령 사전 예고없이 방문하는 일 잦아'
'복선이 깔린 기습방문 아닌 순수한 동기의 예고되지 않은 만남은 아름다워!'

기습이란 상대방이 방심하고 있을 때 예기치도 않았던 시간이나 장소에서 갑자기 공격하는 것을 의미한다. 불의의 습격을 하는 뜻도 있다. 그래서 좋은 의미 보다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상황을 반전시키거나 극적인 효과를 노릴 때도 ‘기습’이라는 행위를 하게 마련이다.

최근 대통령 일정 중에서도 ‘기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를 가끔 보게 된다. 부시 미 대통령이 이라크를 기습 방문해서 미군을 격려하고 돌아왔다거나, 지난해 12월 노무현 대통령이 이라크 자이툰 부대를 전격 방문했을 때가 그렇다.

금년 현충일을 앞두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 차량을 바꿔 타는 등 007작전을 펴 대전 현충원을 기습 방문, 이를 막으려던 시민단체들이 허탈해 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아마 상대의 허를 찔러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에 기습이라고 했을 것 같다.

지난 10월30일 노무현 대통령이 <도전, 골든벨을 울려라> 녹지원 녹화 현장을 예고없이 방문해서 학생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기사 제목은 ‘노대통령 골든벨 녹화장 기습방문’ 이었는데 우선 정말 기습방문이었는지 의문이 가고, 또 하나는 순진무구한 학생들이 실력을 겨루는 현장에 무슨 작전이 아니라면 굳이 기습이라는 용어를 쓸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봄(spring221)’이라는 학생은 “무엇보다 이번 촬영을 하면서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습니다. 청와대에 가고 대통령 내외분을 뵙고 촬영도 하고, 쉽게 경험할 수 없었던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골든벨 홈페이지에 시청소감을 올렸다.

국민들의 인기와 관계없이 아마 대통령의 손을 잡아본 학생들은 크게 감동했을 법 하다. 또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한 학생들은 이 사진을 대단한 영광으로 오래오래 보관할 게 틀림없다. 더구나 예고없이 대통령을 볼 수 있었으니 얼마나 극적인 반전일 것인가.

방송 현장은 아니지만 59년 4월18일의 기억이 아직까지 새롭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중앙청 한 모퉁이에서 유도와 당수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경기장의 바닥은 흔히 볼 수 있는 가마니였지만 생각조차 못했던 이승만 대통령 내외가 자리잡고 있었다.

국부로 떠받들여지고 현직 대통령인 백발의 이승만 박사를 지근거리에서 볼 수 있었으니 어린 나이에 대단한 추억이 됐다. 그날이 노(老) 대통령의 생일인 것은 훨씬 후에 알았지만, 독재자라는 지금의 평가와는 달리 오직 나라만을 사랑한 애국자이고 인자한 할아버지라는 기억을 지울 수 없게 됐다.

아마 지금처럼 TV라는 것이 있었으면 생중계 등 호들갑을 벌였을지도 모르고 가마니 대신 카페트가 깔렸겠지만, 경호원조차 눈에 띄지 않는 조촐한 자리라서 그 때의 기억이 더 새롭게 느껴질 뿐이다.

예나 지금이나 방송사 프로그램 제작이나 행사장에는 대통령이 사전 예고 없이 방문하는 일이 벌어진다.

83년도 전두환 대통령은 특별 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현장인 KBS 본관 스튜디오를 두 차례 방문했다. 당시 정국은 민주화를 요구하던 시절이라 몹시 어수선했고, 따라서 국민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킨 이산가족 생방송은 정국의 향방에도 크게 작용했다.

전 대통령을 비롯해서 정부 고위층들이 이 프로그램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어 고위층들의 방문이 잦았지만 방송제작 관계자는 긴장의 연속일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또 한번은 80년대초 잠실체육관에서 벌어진 전국 바둑대회였는데 그 현장에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예고없이 기습방문을 하고 돌아갔다.

김영삼(YS) 대통령 시절 <도전 골든벨> 녹화가 있었던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음악회>가 개최된 적이 있었다. 그때도 예고없이 김영삼 대통령 내외가 나타났다. 민주화로 접어들기 시작한 이후라서 경호가 생각보다 삼엄하지는 않았지만, 대통령의 등장은 현장 분위기를 일신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방청객 모두 함성과 환호를 보내고 너도 나도 김영삼 대통령과 악수를 하려고 아우성이었다. 새삼 악수를 좋아하는 대통령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도 됐고 우리나라 사람들 역시 대통령과 악수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도 알았다.

<도전 골든벨>은 즐겨보는 프로그램 중의 하나다. 순수한 학생들의 실력 겨루기가 보기 좋고 또 문제를 함께 풀다보니 새로 배우고 알게 되는 것이 많아서다. 300회 특집 그 현장에 대통령이 예고없이 방문해서 30분이나 관람하고 갔다는 것은 듣기만 해도 보기가 좋다. 또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가 출제자로 나서고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책까지 선물했다고 한다.

민심이 천심인가. 열린우리당이 지난 4.30 재보궐 선거에서 0대23에 이어 0대4라는 참패를 거듭하고 급기야 인기가 바닥을 치고 있다. 대통령의 인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더라도 복선이 깔린 기습 방문이나 반전을 노린 현장 찾기가 아닌 순수한 동기에서의 예고되지 않은 만남이라면 아름답다./길주

대통령과 결코 정치적이지 않은 학생들이 만나 환호하고 악수를 나누는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좋은 그림이고 그 자체가 골든벨 감이기 때문이다. /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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