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야기-‘방송과 영향력’
방송이야기-‘방송과 영향력’
  • 김포데일리
  • 승인 2005.12.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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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매체의 영향력 막강… 정치적 디딤돌 되기도'
'소신있게 방송인과 언론인의 길 가는게 바람직...'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면 “불친절한 말과 부정적인 말을 삼가라, 익명으로 봉사하라, 먼저 이해하도록 노력하라, 사랑의 법칙을 실천하라.” 등등 몇 가지 방법(비결)이 있다는 것을 읽은 적이 있다.

그렇다고 이런 것들을 모두 실천한다고 해서 꼭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되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한번쯤 자신을 뒤돌아보고 음미해볼 대목이다.

얼마 전 시사저널이 조사한 가장 영향력 있고 신뢰받는 언론인으로 손석희 아나운서가 뽑혔다. 만년 1위였던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은 4위로 밀려 나고 손석희 아나운서, 방상훈 조선일보 대표, 정연주 KBS 사장이 앞 순위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손석희 아나운서는 한국대학신문이 조사한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언론인’으로 3년째 1위를 차지했다.

몇 년 전 시사저널이 조사한 결과와 비교해보면 금석지감이 없지 않다. 당시 순위를 보면 1위 김대중 조선일보 주필, 2위 류근찬 KBS 앵커, 3위 이인용 MBC 앵커, 4위 박권상 KBS 사장, 5위 엄기영 MBC 전 앵커(당시 앵커에서 물러났음) 순이었다.

그 뒤를 이어 조선일보 류근일, 언론인 김중배, 월간조선 조갑제, 봉두완, 중앙일보 김영희 대기자가 10위권에 있었다. 또 하나 인물들의 면면만 봐도 당시 조선일보의 위치가 설명되는 것 같다. 물론 영향력 있는 언론매체로 KBS, 조선일보, MBC, 동아일보, 중앙일보 순이지만 1위부터 10위에 들어간 인물을 보면 조선일보 사람이 두드러지기에 그렇다.

단순한 비교일지 모르지만 현대사회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정치인, 재벌과 언론사와 소위 언론인들이다. 앞에서 말한 영향력을 위한 실천 방안이 있다지만 그것은 공자말씀(?)에 불과하고 영향력을 갖기 위해서는 언론(신문, 방송)에서 얼굴을 알리고 능력 발휘를 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 되고 있다.

방송사 9시(8시)뉴스를 맡았던 앵커 중에 국회의원 배지를 단 사람이 많다. 이윤성, 박성범, 류근찬, 맹형규, 정동영, 전용학, 박찬숙, 박영선 의원 등이다. 공통점이라면 이들 모두 KBC, MBC, SBS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방송 3사의 앵커 출신들이라는 점이다.

아나운서 출신으로 국회의원이 된 사람도 적지 않다. 변웅전, 박영호, 이계진, 한선교 의원 등이 그 주인공이다. 방송사에서 시사 프로그램을 맡다가 국회의원이 된 인물도 많다. 변호사로 SBS 등에서 시사 프로그램을 맡았던 오세훈 전의원과 신기남, 유재건, 정범구씨 등이 이에 속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방송, 특히 TV 매체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 것인가 가늠이 된다. 연예인 출신으로 신영균, 강신성일, 이대엽, 이순재, 최불암, 최무룡, 이주일, 정한용, 강부자씨 등이 금배지를 달았는데 이들도 대중의 인기를 업고 등원한 케이스라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최근 정치인들의 TV 출연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자칫 정치인들의 홍보의 장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다. 그동안 신문이나 방송이 정치인들의 홍보의 장이 되어 온 것이나 정치적 등용문이 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자질이나 정치의식에 관계없이 낯익은 인물이 정치인이 되어 TV가 정치를 위한 디딤돌이 돼 왔다.

그동안 총선 때가 되면 자질에 관계없이 인지도가 높은 인물들이 자천타천으로 정치권에 영입돼 왔다. 선거 유세장에 가면 청중들의 인지도와 호응도가 일단 높다는 장점과 정계에 진출해서도 ‘마당발’이 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TV를 통해 얼굴이 잘 알려진 인물이 나타나면 어디를 가도 환호가 쏟아지고 관심이 모아지니 홍보 수단으로서 그만한 호재도 없다. 그러니 정당들도 영입하기 위해 유혹하게 마련이다.

아직 총선이 많이 남아있다. 아마도 그날이 오면 앵커나 진행자들이 정당들에 의해 스카웃 되는 장면이 또다시 재현될 것이다. 정치권에서 가만 놔두지도 않을 것이고 본인 역시 정치라는 매력에 이끌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송이 정치인이 되기 위한 다리가 된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국민(시청자)들도 우리가 뽑은 의원 중에 인기만 가지고 배지를 단 사람이 의정을 열심히 수행했는가를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으로서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했는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내가 아는 아나운서 중에 절대 정치를 안하겠다고 했던 사람이 17대 국회의원이 되고 말았다. 다행히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어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공천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실망감을 금치 못했었다. 왜 인기도 없는 국회의원이 되어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만 구기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였다.

손석희 아나운서가 영향력과 신뢰도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정치권의 유혹을 뿌리치고 방송인의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민주화로 들어선 지금, 자기 길을 소신있게 가는 언론인이 아쉬울 뿐더러, 유능한 인물들이 정치보다는 언론에서 영향력을 더 발휘했으면 하는 나름대로의 바람을 가져본다./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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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부산일보 서울지사 취재기자와 KBS 홍보실에 근무했으며 현재는 자유기고가로 활동하며 <주간 불교>에 ‘선재동자의 남도 삼천리’를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는 ‘나도 이제 스타’, ‘아버지가 딸에게 꼭하고 싶은 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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