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야가- '방송의 위기’
방송이야가- '방송의 위기’
  • 김포데일리
  • 승인 2005.12.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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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좋은 제도와 현대적 첨단 시설 갖춘 공간을 제공하더라도
시청자들은 편파방송이란 확신을 갖게 되면 방송을 외면하게 마련'

12월1일부터 지상파 DMB(디지털멀티 미디어 방송)와 낮방송으로 종일 방송 체제로 들어섰다. 그러나 DMB는 제대로 단말기가 보급되지 않은 상태이고, 낮방송은 재탕, 삼탕들이어서 시청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고 한다. 출발 초부터 삐걱거리고 있다는 여론이다.

그렇지 않아도 KBS 등 방송에 대한 불만이 여러 각도에서 또다시 표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혹이 하나 더 붙어진 게 아닌가 싶다.

지난해에는 KBS, MBC, SBS 등 방송3사의 탄핵관련 방송이 공정성을 잃었다는 논란을 빚었고, 며칠 전에는 언론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영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 창립총회까지 가졌다.

이제는 시민단체라는 것까지 만들어져 편파, 선정성을 비판하고 공영방송을 개혁하겠다고 나섰으니 지상파 방송의 위기를 더 심각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시민단체들은 공영방송이 제자리를 잡을 때까지 계속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선언해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게 돼버렸다.

최근 들어 알몸 노출, 상주시 압사 사건 등 크고 작은 일들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고 지상파 방송에 대한 편파보도와 선정성이 자주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황우석 교수의 난자관련 의혹을 방송한 MBC 은 노무현 대통령의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12개 광고주가 모두 광고 중단을 요청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지상파 3사의 시청률이 출범 10년이 되는 케이블 TV에 쫓기는 입장이 된 것도 위기 중의 하나다. 케이블TV가 2005년 현재 TV 전체 시청 가구 중 75%인 1천300만 가구라니까 지상파 방송의 위기의식도 같은 비례가 아닐까 싶다.

지금 KBS는 본부조직을 전면 폐지하고15개 세터로 운영되는 개혁안이 나오자 본부 명칭이 센터로 바뀐 것뿐이라며 거센 비판이 가해지고 있다고 한다.

공영방송의 철학은 무엇인가. 쉽게 이야기하자면 정치적으로 중립성과 독립성이다.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고 공익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의 질을 높여야만 한다. 영국의 BBC는 봉사하는 방송으로 정평이 나있고 국민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 영국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세 가지는 경찰과 택시와 BBC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명실공히 공영방송이다.

KBS 역대 사장들이 부임하자마자 하는 취임사에 BBC 이야기가 곧잘 거론된다. 신뢰 받는 방송, 믿음 가는 방송, 사랑 받는 방송이 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러한 공언은 시청자를 하늘처럼 모셔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임면권자만 하늘처럼 모신다면 공영방송에 대한 공약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 것이고 편파라는 비난을 면할 수가 없는 것이다.

1973년 3월3일 공사로 출발한 KBS가 ‘시청자 상담실’을 개설한 것은 83년 10월21일의 일이었다. 당시 시청자 상담실은 홍보실 소속으로, 개설에 맞춰 춘천에 있는 세종호텔에서 교수, 출입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세미나를 가졌다. 1년 후에는 직제개편을 통해 시청자본부가 태어났다. 뿐만 아니라 같은 해 12월에는 <‘84 전국 시청자회의>를 KBS 본관 공개홀에서 개최했다.

시청료로 운영되는 KBS인 만큼 시청자를 의식한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의 하나였으며, ‘시청자 상담실’에 들어오는 각종 민원을 객관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불만처리 위원회’까지 구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훌륭한 기구들이 있음에도 곧이어 시청료 거부운동이 거세게 일어났다. 다름 아닌 편파 방송때문이었다.

지금은 시청자본부 직제가 사라져버리고 시청자센터가 그 역할을 그대로 수행하고 있다. 또 정기적으로 ‘시청자 위원회’란 것이 열려 시청자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러한 장치로 볼 때 시청자를 위한 것들이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공영방송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여기에다 옴부즈맨 프로그램까지 방송되고 있으니까 시청자들의 불만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있는 셈이다.

여의도 KBS 본관 로비를 가보면 KBS가 시청자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이 있고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가 있다. 언제나 문이 개방되어 있고 준비된 공연(행사)도 가능하다. 공영방송으로서 시청자들에 대한 배려를 느낄 수가 있는 공간이고 또 국민의 방송이라는 생각도 들게 만들어 주는 곳이다. 사원 주차장이던 것을 내방객 주차장을 바꿔 주차에 대한 불편을 해소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각종 장치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선정성과 편파성에 시달리는 것을 보면 시청자들의 눈과 귀는 역시 날카롭기 그지없고 무섭기까지 하다. 아무리 좋은 제도와 현대적 첨단 시설을 갖춘 공간을 제공한다고 해도 국민(시청자)들은 편파라는 확신을 갖게 되면 그 방송을 외면하게 마련이다. 그렇게 신뢰받는 BBC나 NHK도 지금 개혁중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시민단체가 공영방송을 개혁하겠다고 나선 지금의 방송의 현실은 위기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면 한 단계 도약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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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부산일보 서울지사 취재기자, KBS 정년 퇴직. 지금은 KBS 사우회 출판홍보위원과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주간불교에 ‘선재동자 남도 삼천리’를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는 ‘나도 이제는 스타’, ‘아버지가 딸에게 꼭 하고 싶은 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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