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야기-‘지성이면 감천’
방송이야기-‘지성이면 감천’
  • 김포데일리
  • 승인 2006.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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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의 진위 논란… 온 국민은 무엇이 진실이냐 답답하기만'
'박지성선수 첫골 소식 후련… 국가 위해 지성(至誠)해야 감천(感天)'

굳이 뜻풀이가 필요 없는 ‘타산지석’이라는 말이 있다. 몇 차례 예를 들었던 ‘순망치한’이라는 사자성어도 있다. 황우석 교수 줄기세포 진위 보도를 둘러싼 신문, 방송의 모습을 보면서 느낀 것들이다.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진위 여부에 대한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한 MBC TV 한학수 PD가 취재윤리를 위반했다 해서 감봉 1개월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KBS 홍사훈 기자는 디시인사이드 과학 갤러리에 “논문 조작은 과학계의 관행”이라는 글을 올려 사과를 했지만 파문이 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처럼 황우석 교수 및 그 팀에 대한 줄기세포 연구는 방송사 등 언론 뿐만 아니라 국내외적으로 일파만파 점입가경이다.

물론 지금은 국익 우선인가, 진실이 중요한가라는 논쟁에서 황우석 줄기세포의 존재 여부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솔직히 말해 간판 달고 가면 어느 시청자가 보겠느냐며 존폐의 기로에 섰던 게 엊그제까지 분위기였다. MBC 시청 거부가 확산되는가 하면, 시청률은 바닥을 쳤다. 뿐만 아니라 뉴스 데스크까지 광고 중단 움직임을 보였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애국자가 되어 황우석 교수를 옹호하고 나섰고, 마녀 사냥을 방불케 만들었다. 그래서 한편에서는 안심하고 취재할 수 없다는 위기감까지 몰아쳤다. 바로 이것이 ‘순망치한’을 되뇌이는 이유다.

어제 SBS가 내보낸 <뉴스 추적- 긴급 점검 황우석 줄기세포> 등 몇몇 프로그램을 보면서 느낀 것은 이러한 공방 속에 멍드는 것은 과연 누구인가라는 점이었다.

“나 그럼 못 걷는 거야.”

이 말은 줄기세포 논쟁을 바라보고 있는 김 아무개 목사의 아들인 11세 소년의 말이다. 정말 가슴을 아프게 하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2002년 교통사고로 척수장애가 된 이 아이에게 황교수는 “내가 걷게 해 주마”라며 약속을 했다고 한다.

김 목사의 아내는 난자를, 아들은 체세포를 수차례 제공했다. 그러나 언론을 통한 진위 공방 보도는 천진난만한 한 소년에게 커다란 실망만 안겨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 소년 뿐만 아니라 수많은 난치병 환자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절망에 빠질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다.

더더구나 전문가조차 알 수 없다는 의학용어가 난무 하고 ‘이 절도 못 믿고, 저 절도 못 믿는다’는 식이니 도대체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 거짓인지 종잡을 수도 없다. 정작 자신의 병이 고쳐지리라고 기대와 희망을 걸었던 사람들은 아랑곳없이 공방만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2005년 대미를 장식할 수 있는 새로운 조어까지 생겨났다. ‘황금 박쥐’. 즉 황우석 교수,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 박기영 청와대 보좌관, 진대제 정통부장관의 이니셜을 딴 네 글자다. 황우석 교수를 둘러싼 이야기도 많지만 ‘황금 박쥐’라는 말 하나만 가지고도 지금까지의 황 교수 위상을 엿보게 된다.

이제 며칠 있으면 병술년이다. 그러나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짜증스럽기 그지없는 줄기세포 진위 공방 속에 2005년 한해가 저물어 가는가 했더니, 박지성이 상대편의 골문을 강타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우리나라 언론들도 오랜만에 한입으로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을 인용해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박지성의 왼발 슛이 황 교수 사태에 대한 지리한 공방과 답답함을 잠재운 셈이다.

TV를 통해 본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진출한 후 25경기 133일만의 첫 골 장면은 통쾌, 통렬 그 자체였다. 그 누구라도 함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는 감격을 안겨주었고, 찰나에 골문을 강타한 그 장면 하나로 온 국민을 한 마음으로 만들었다.

더욱 값진 것은 ‘맹수처럼 골문을 강타’한(더 타임스) 박지성의 통쾌한 왼발 슛에서는 그 진위에 대한 지리한 공방도 찾을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라면으로 자축을 했다는 뉴스도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었다.

한때 ‘황우석 신화’는 대한민국 국민의 자랑이고 자부심이었지만, 지금 상황은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을 안겨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없지 않다. 물론 이것이 기우이길 바라지만, 라면 하나로 자축을 했다는 박지성의 통쾌한 왼발 슛과 658억+ 알파가 쓰여졌다는 연구 자금이 자꾸 비교가 된다.

흔히 쓰이는 말이지만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진실을 바칠 수 있는 ‘지성이면 감천’의 자세가 아쉽기만 하다./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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