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이야기― 영화 ‘태풍’
스크린 이야기― 영화 ‘태풍’
  • 김포데일리
  • 승인 2006.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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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 분단이라는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
희생돼 가는 개인의 인간애를 다룬 작품'

   
겨울 한파로 인한 난방 제품의 판매가 급증하면서 불경기에 난방용품 업체는 호황이다. 하지만 서민들은 월동준비에 잔주름만 더 생기고 생활고에 강추위가 야속하기만 하다.
폭설로 피해를 본 농민의 망연자실한 얼굴을 TV로 볼 때 첫눈의 기쁨은 잠시일 뿐 그들의 고통과 슬픔에 가슴이 저려 온다. 자연 재해로 인해 고통받는 그들에게 온정이 전달되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사람의 따뜻한 손길이 가야 할 곳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파로 인해 덕 보는 사람은 따로 있는 것 같다. 연인들이 추위를 핑계 삼아 서로의 옷깃을 여미어 주기도 하고, 뭐가 그리 좋은지 추위에 아랑곳 하지 않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겨울 한파와 눈은 그들의 사랑을 위한 소품일 뿐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연인끼리 찾는 극장을 혼자 가는 것이 쑥스러울 때도 있지만 원하는 영화를 선택할 수 있는 편안함이 있기에 앞으로도 계속 혼자 관람할 것 같다. 옷깃을 여미어 주는 파트너는 없지만 극장으로 가는 발걸음은 늘 가볍다는 것을 숨길 수는 없다.
제작비 150억원을 투자해 곽경택 감독, 장동건·이정재·이미연 주연의 액션 블록버스터 <태풍>을 선택하는데는 갈등의 시간이 필요없었다. 한국 최고의 배우 장동건과 넘치는 카리스마로 새롭게 돌아온 이정재, 그리고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 이미연 이 세 사람과 곽경택 감독의 만남은 그 이름 석자만 나열해도 영화매니아는 영화를 안 볼 수 없게 만든다.
<억수탕>, <친구>를 연출한 곽경택 감독의 뚝심이 좋아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감독으로, <친구> 이후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한국 최고의 흥행감독이 됐다. <친구>에 이어 곽경택 감독과는 두 번째 호흡을 맞춘 장동건은 분노에 가득 찬 캐릭터 씬을 위해 체중을 감량했다고 들었는데 일단 원판 불변의 법칙에 의해 살을 빼도 한 외모 하는 것은 여전했다. 몸 만들기에 성공한 이정재의 강한 이미지가 돋보였고, 이미연은 비극적 운명을 지닌 여인으로 연기의 진수를 느끼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영화 <태풍>은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등의 뒤를 잇는 분단 블록버스터의 최신판이다.
<쉬리>는 남북관계를 남녀간의 애증으로 풀어내 동족 대립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응시했고, <공동경비구역 JSA>는 공동경비구역에서 피어난 남북 병사들의 우정과 그것을 파괴해 버린 보이지 않는 외부의 힘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실미도>는 냉전시대 국가 권력의 횡포로 인한 희생을 묘사했고, <태극기 휘날리며>는 <쉬리>의 남녀 관계를 형제 관계로 바꾼 버전이었다. <웰컴 투 동막골>은 남북관계 소재로 했지만 냉전으로 인한 이념, 이데올로기 보다는 민족의 동질감을 희화적으로 담은 영화라 정치적 이해관계 틀에서 벗어나 볼 수 있는 영화였다.
영화 <태풍>은 분단 블록버스터에 길들여져 온 관객들 취향에 맞게 제작됐다. 남북 분단이라는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 희생돼 가는 개인을 다룬 것, 비정한 이념의 골을 상쇄시키는 인간애를 내세운다는 것, 새로운 기술력과 물량이 만들어 내는 압도적 액션 스펙터클로 연출된 것은 분단 블록버스터, 흥행을 위한 공식이 됐다.
슬픈 분단 현실은 영화의 흥행 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어지러운 현실도 그렇지만 동지, 아니면 적으로 생각하는 문화가 고착되는 현상을 영화로도 본다는 것이 어두운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아쉽기도 했다.
최명주역을 잘 소화한 영화속 이미연의 초췌한 모습은 우리의 동포가 주변국 언저리에서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고 사는지 예측 할 수 있었다. 북한 당국을 자극하면 남북 대화에 장애가 된다는 이유로 북한 인권에 외면만 하는 현 정부에 아쉬움이 남는다. 분단과 대립을 소재로 한 영화는 남북관계가 진전된다고 해도 흥행요소가 있기에 쉽게 식지 않을 것 같다./최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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