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띠해 병술년’
‘개띠해 병술년’
  • 김포데일리
  • 승인 2006.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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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개’처럼 묵묵히 일하는, 국민에게 충성과 의리의 한해가 됐으면...'

올해는 십이지의 열 한번째 동물인 ‘개의 해’로, 개는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다. 개에 대한 속담과 전설도 많다. 사람을 잘 따라서 충복의 상징이기도 하고 의리가 있어 희생적인 면이 돋보이는 동물이기도 하다. 불가에서는 조상의 환생이라는 속신으로 개고기를 멀리 해왔다.
한편으로 개에 대해 부정적인 면도 있다. 의리없고 흉측한 것, 천한 것을 비유할 때 개와 연관시킨다. 고유명사 앞에 개가 붙으면 좋을 것이 없다.
병술년 새해를 맞아 모든 분야에서 개가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면만 드러났으면 좋겠다. 집안(나라)에 좋은 일만 있게 하고, 잡귀를 물리쳐주며, 충복과 보은의 상징처럼.
2003년도 프랑스 삽화가 모르슈완느가 그림을 그리고, 코미디언 로랑제라가 글을 쓴 <세상을 지배하는 개들>라는 책에서 세계의 정치 지도자들을 개로 비유하고 풍자했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한국산 진돗개로 비교됐다. ‘신문사 사장집 고양이와는 씻을 수 없는 원한이 있어 틈만 생기면 으르렁거린다’는 글도 있다.
아메리칸 코커, 스패니얼로 소개된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은 ‘평소 부수는 것을 좋아해서 “부셔라 부시어”란 별명을 얻었는데, 그 이름 그대로 9.11 이후 불법 폭력 땅개 패거리를 부숴서 박살내기 위해 맹렬히 추격중이다’라고 희화화시켰다.
우리 대통령의 새해 소망이 선흉후길(先凶後吉)이라고 한다. 올해는 출발이 괜찮은 것 같은데 출발 보다 연말이 더 좋아야 한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대통령 말씀에 딴죽 걸 위치가 못되지만, 선거때만 되면 내세우는 정치인들의 구두선 ‘국민을 하늘(?)처럼 떠받들겠다’는 그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굳이 한 마디 하자면 처음이 좋아야 끝이 좋고, 처음(정초)이 흉(凶)이 아닌 길(吉)이었으면 더 좋지않을까 해서다.
병술년 우리 사회 소망을 담은 교수들이 선정한 사자성어는 약팽소선(若烹小鮮)이다. ‘큰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삶는 것과 같다’는 뜻이고 무엇이든 가만히 두면서 지켜보는 것이 가장 좋은 정치라는 의미다.
사자성어가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교수신문이 교수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통해 그 결과를 발표하면서부터가 아닌가 싶다.
지난해는 위에는 불, 아래는 물로 서로 이반하고 분열한다는 상화하택(上火下澤), 정치권 대립과 보혁 대결등으로 감정이 치우쳤던 2004년에는 당동벌이(黨同伐異), 그리고 2003년 우왕좌왕(右往左往), 2002년 이합집산(離合集散)이 각각 뽑혔다. 뒤돌아 보면 이들 사자성어 속에 촌철살인적인 현실 정치와 권력에 대한 풍자가 엿보인다.
다음은 요나라 때 사자성어 고복격양(鼓腹擊壤)에 얽힌 이야기다. ‘해가 뜨면 부지런히 밭으로 가고 해가 지면 집에 들어 편히 쉰다. 목마르면 우물 파서 물 마시고 배고프면 논밭에 곡식이 있네. 천자님 같은 건 있으나 마나, 우리들 살림살이 무슨 걱정인고.’
이 노래를 들은 요 임금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네 현실을 보면 신년 정초부터 한사람의 입각문제로 시끌시끌한 정치판과 이들의 다툼이 전혀 서민들과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 들고, 더나아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작태들이 그저 역겨워진다.
서민들은 허리띠 졸라매고 잘살아보려고 발버둥치고 있는데 소위 위정자들은 코드와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그뿐인가, 빈곤층과 소외 계층을 아우르는 행동을 볼수가 없다. 최근 재해현장을 찾는 정치인들의 TV뉴스를 자주 접하지만 선거를 의식한 구색 갖추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는 것도 그간의 깊은 불신 탓일 것이다.
올해 방송가는 독일 월드컵과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어느 때 보다 그 역할이 중차대하다. 5년 앞으로 다가온 대지털 전환과 함께 대변혁을 요구하고 있고, 케이블, 위성, IPTV 등 방송, 통신의 힘겨루기, 본방송을 시작한 DMB의 성패여부가 관심사다. 여기에다 연예기획사가 컨텐츠를 직접 제작하고 통신자본을 영입하면서 유통망까지 손대기 시작함으로써 방송장악과 독과점이 우려된다.
KBS는 2006년 방송지표를 “아시아의 창 KBS"으로 내걸었다. <역동의 아시아, 황금 대륙을 가다> 등 아시아 대기획과 양극화 극복을 위한 국민 대통합 등을 준비하고 있다.
MBC는 연중기획 <여성의 힘, 희망의 한국>으로 역사의 그늘 속에 있었던 여성의 역할과 가치를 재조명할 계획이다. SBS는 올해를 <함께 가요 행복 코리아>로 정하고 <2006년 희망 아젠다> <환경 10년 프로젝트> 등 10대 기획을 마련했다.
방송 3사 연중기획을 보면 미래를 향한 희망과 시청자를 위한 프로그램들이 많다. 하지만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경쟁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국가 기간방송인 공영방송 KBS로서는 급변하는 방송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민족의 지혜와 에너지를 모으는 중심에 서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그래서 병술년은 모두가 ‘개’처럼 묵묵히 일하는, 국민(시청자)에게 충성과 의리의 한해가 되었으면 싶다./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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