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왕의 남자’
  • 김포데일리
  • 승인 2006.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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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에서의 광대놀이 파격적 소재와 스펙터클, 미묘한 정서적 뉘앙스'
 
영화 <왕의 남자>는 연산군 시대 궁궐에서 벌어지는 광대들의 놀이판이란 파격적인 소재와 스펙터클, 그 이상의 복잡 미묘한 정서적 뉘앙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단순한 상업적인 성공 뿐만 아니라 한국 사극영화, 아니 최근 한국영화에서 손에 꼽을만한 뛰어난 예술적 완성도를 보여 주고 있다.

<황산벌>에 보여준 해학과 코미디 재능을 보여 준 이준익 감독은 원작(이)의 탄탄한 설정과 이야기를 이조시대 저잣거리판부터 구궁궁궐의 깊숙한 내실까지 종횡무진으로 오가는 이야기와 호쾌한 입담, 긴장과 가슴을 울컥하게 만드는 감성에 이르기까지 영화를 보고 있으면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2006년 새해 벽두부터 한국 영화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영화의 열풍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수준으로 지속되고 있다. 30%로만 넘어도 좋겠다는 시장점유율은 50~60%을 수년째 아주 당연하듯 유지되고 있다. <왕의 남자>와 같은 영화가 있기에 시장점유율이 쉽게 50%선이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왕의 남자>라는 제목으로부터 영화는 연산과 공길의 동성애적 관점을 부각시켰다. 이준익 감독은 원작에서도 충분히 보여지는 연산과 공길의 로맨스에 공길을 사랑한 장생의 스토리를 첨가했다. 영화는 세 남자의 삼각관계가 형성되면서 정서적이고 로맨틱한 감정의 스토리로 전개된다.

천대받지만 한판 놀이의 흥겨움으로 살아가는 광대 장생(감우성)과 공길(이준기). 장생은 공길이 고운 외모 때문에 양반들에게 불려다니는 것이 못마땅기만 하다. 장생 일행은 왕 연산(정진영)과 녹수(강성연)를 풍자한 놀이를 벌여 저잣거리에 파문을 일으킨다. 결국 왕을 가지고 놀았다는 죄목으로 체포되고, 왕을 웃기겠다는 조건으로 연산 앞에서 도박에 가까운 놀이판을 벌인다.

굳은 표정의 연산은 결정적인 순간 웃음을 터뜨리고 연산의 총애를 받은 놀이패는 최초의 궁중 광대가 돼 왕의 연회를 장식하지만 놀이판이 끝날 때마다 풍자 대상이 된 사람들이 연산의 손에 죽어나간다. 연산은 이미 역사속에 기록돼 있듯이 이 영화에서도 포악하고 방탕한 인물로 묘사돼 있다. 그러나 장록수 치맛 속을 파고 들어가는 약한 인간일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재치있는 말장난과 음담패설, 성대묘사로 언어 유희의 절정을 보여 주는 광대놀이는 그들이 폭력에 저항하는 방식이자 삶을 표현하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광대들이 궁중을 뒤흔들며 선보이는 궁중 연회의 역동적인 놀이판은 세상을 희롱하는 동시에 광대들 자신을 아슬아슬한 운명으로 몰아넣는 이 영화의 명장면이다.

사극으로 현대 멜로물 보다 더 사랑을 담았고 어떤 정치적 영화보다 권력에 대한 양면성을,어떤 코미디보다 더 재미있고 흥미롭게 <왕의 남자>는 관객에 다가 왔다./최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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