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말, 말들의 잔치
‘말, 말, 말들의 잔치
  • 김포데일리
  • 승인 2006.01.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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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박하고 미련한 말 한 마디가 품위 손상, 완성 그르치듯... 정치, 언론 모두 정직한 한 마디로 신뢰감 얻는 풍토돼야!'

새해를 맞은 지가 엊그제 같은데 병술년 1월도 훌쩍 반을 넘겼다. 그러나 신문과 방송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는 것같다.

지난 18일 밤 10시 방송 3사와 YTN은 대통령 신년 연설을 일제히 내보냈다. 그것도 황금시간대 편성이어서인지 시청자들의 항의도 적지 않았다. 언론노조도 청와대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로 방송사 프로그램 편성권과 국민들의 시청권이 침해됐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올해 처음 시도된 대통령의 TV 신년 특별연설에 대해 국정운영을 국민에게 알리고 동의를 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편성자율권이 충분하게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이었다.

어떻든 대통령 신년연설 이후 ‘양극화’라는 단어가 신문과 방송의 주요 이슈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쯤되면 위정자의 한마디가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대통령 연설에 이어 한국축구대표팀과 아랍 에미리트(UAE)와의 축구전이 중계됐다. 그러나 올해들어 첫 번째 A매치 승리를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 실망만 안겨줬다. FIFA 랭킹 85위에 불과한 UAE의 기습 한 방에 어이없이 무너지는 대표팀의 무기력,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었어도 고질적인 득점력의 부재. 하지만 우리 축구팀에 대해 언론의 보도가 매우 관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패배는 병가지 상사라는 듯 아드보카트 감독을 감쌌다.

그러고보니 18일 밤은 대통령 연설과 축구 중계로 밤을 설치는 날이 되고 말았다. 더구나 늦은 밤까지 단조로운 대표팀의 축구를 지켜봐야 했으니 잠자리에 드는 기분도 썩 좋지 않았을 것이다.

외국과 서울대 연구실의 핵 이식 기술 차이는 ‘마치 펠레 축구와 동네 축구의 차이와 같다’는 황우석 어록을 떠올리면서(?) 쉽게 승리를 기대했는데 기습 공격에 속수무책이었으니 실망이 클 수 밖에 없었다.

솔직히 병술년이 되면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것이 황우석 교수 이야기다. 그러나 줄기세포 진위를 둘러싼 방송사간 공방이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가 않다.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은 ‘국민들은 의혹을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는 황우석 교수의 말을 기억하고 있고, 또 이말이 진실로 증명되기를 기대하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방송사간 새로운 공방을 지켜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간의 황 교수 어록과 서울대 조사위 발표를 보면 ‘말의 유희, 말 잔캄라는 것들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이 혹세무민으로 몰고 왔는가를 알게 만들었다.

“정초인데 단 하루만이라도 사고 좀 치지말고 입 좀 다물고 보낼 수는 없는 것입니까?.” 며칠전 한나라당 부대변인이 한마디 했다. 대변인 위치가 항상 상대방에게 시비를 거는 것이라지만 모처럼 공감이 가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정말 말로써 말이 많다. 그리고 괜한 말 한마디로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

솔직히 말해 정치인 중에서 서민들을 위해 고뇌하는 모습을 언제 봤던가 기억이 없다. 말만 미사여구이지 국민을 위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들만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툭하면 X고, 뱉으면 XX다. 얼마전 문제가 된 한 장관의 취중 발언 중 X라는 말을 현장에서 못들었기 때문에 어떤 성격인지 알 턱이 없지만, “경위야 어떻든 책임있는 공직자로서 정제되지 않은 표현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까지 한 것을 보면 점잖은 사람의 입에서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용어라는 것은 유추가 된다.

말에 대한 말은 참 많다. 그 중에서 용서의 한 마디는 적을 없앤다는 말을 기억하고 싶다. 역사적으로 기록된 사람들 모두 말을 잘했다. TV신년 특별연설을 통해 국정운영을 발표한 대통령도 5공 청문회에서 말을 잘해 스타가 되었고, 그때부터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전국에 생중계된 청문회장에서 바른 말을 함으로써 국민(시청자)에게 각인되었던 것이다.

처칠은 “돈을 잃는 것은 적게 잃는 것이다. 그러나 명예를 잃는 것은 크게 잃는 것이다. 더더욱 용기를 잃는 것은 전부를 잃는 것이다”라는어록을 남겼다.

천박한 말 한 마디가 품위를 손상시키고, 미련한 한 마디가 완성을 그르친다고 했다. 올해는 정치는 물론이고 언론 모두 정직한 한 마디로 신뢰감을 얻는 풍토가 되었으면 싶다./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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