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조와 외조’
'내조와 외조’
  • 김포데일리
  • 승인 2006.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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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의 위상 눈높이 만큼 욕망을 떨쳐버릴 냉정한 내조 필요”

첫 여성 총리가 탄생되던 날 방송 화면이나 신문 지면을 통해 본 총리의 모습이 꾸밈이 없어 퍽 서민적이었다. 또 ‘여야, 국민과 어울림의 항해’를 할 것이라고 말해 희망과 안정감을 동시에 심어주었다.

KBS, MBC, SBS 등 방송 3사도 새 여성 총리와의 대화 등 비슷비슷한 아이템 기획이었지만 방송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취임식에서는 서열파괴로 격식을 무너뜨렸다. 그 잘난 서열만 중시하고 죽기 살기식 폭로전이 난무하는 정치판만 보아오던 국민들에게는 이 장면이 어쩌면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취임에 이르러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 조사를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고, 나라 안은 안대로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어 한명숙 총리의 미소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가 없다. 취임식을 마치자마자 ‘민생’을 앞세우고 ‘얼굴 마담’이 안되겠다고 했지만, 여성 총리의 미소처럼 만사가 부드럽게 해결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제 한명숙 총리 체제가 출범함으로써 우리나라에는 여성이 진출하지 못한 분야는 없는 것 같다. 전교조 위원장도 별명이 텔레반이라는 여성이 차지했다. 바야흐로 남존여비에서 남녀평등, 그리고 여성상위라는 말이 부담스럽지 않은 현실이 되었다고 하겠다.

나라 밖으로는 미국 지상파 3대 방송사의 하나인 CBS가 오는 9월부터 <이브닝 뉴스> 앵커를 여성 단독으로 확정해서 금녀의 벽을 깨뜨렸다. 이같은 변화는 뉴스위크 최신호가 ‘TV역사를 새로 쓰게 하는 일’이라고 할 정도로 획기적인 일이라고 할 수가 있다.

여성총리가 탄생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국정 현안 등 여러 가지이지만 여성 총리 남편의 거취였다. 총리 비서실은 남편 박성준 성공회대 겸임교수가 한 총리와 함께 삼청동 총리공관에 입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고, 박 교수는 ‘내가 조용히 있는 것이 총리를 돕는 일’이라며 언론과의 인터뷰를 거절하고 있다고 한다. 다름 아닌 조용한 외조를 하겠다는 이야기나 다름 아니다.

불과 며칠전 우리는 한 정당의 공천 비리를 보고 또 한번 실망을 했다. 그것도 중진급 두 의원의 비리였기 때문에 과연 수권정당으로서 자질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하고 의아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고, 두 의원의 금품 수수 의혹이 공교롭게도 부인들과 연결고리가 되어있다는 점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실소를 금치 못하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뇌물 스캔들이 터지면 그 책임을 부인에게 전가하는 경우를 수없이 목격했던 국민이다. 때문에 이번 사건도 새삼스러울 게 전혀 없겠다. 하지만 내조를 아끼지 않았던 부인을 희생양으로 삼는 행태를 보면 금품을 받았다는 사실보다 더 비굴하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4억4천만원을 받았다면 부피도 대단했을 것이고, 케이크 상자에 21만달러(한화 약 2억원)가 들어있었다면 그 무게도 만만찮았을 것이다. 그런데 돈이 들어있는 줄을 몰랐다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으니 그 오묘한 속내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특히 한 의원의 부인은 방송 앵커로서 인기를 업고 목욕탕에서 때를 밀어 여성 유권자를 끌어 모으는데 당선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를 받지 않았던가. 당시 눈물겨운 내조가 연일 입에 오르내렸지만 케이크 상자의 엄청난 달러를 남편 몰래 받아 우스운 입장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왜 그 많은 돈들을 당사자 아닌 부인에게 갖다 바쳤을까. 대답은 명쾌하다. 당연히 ‘베갯머리 송사에는 당할 재간이 없다’는 틀림없는 그 효력 때문이다.
흔히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고 한다. 선거운동과 금품수수 연결 고리, 최악의 경우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 탄로가 나더라도 방패삼아 위기를 면할 수가 있는 것이 부인 말고 그 이상 누가 있을 것인가. 뇌물을 챙겨야 하는 입장이라면 더욱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베갯머리 송사’가 알고 보면 어디 정치계 뿐일까. 이해가 엇갈리는 민감한 분야는 ‘베갯머리 송사’가 일상화되었다고 봐도 지나친 비약이 아니다.

총리까지 태어나는 마당에 여성의 위상 눈높이 만큼 욕망을 떨쳐버리고 뇌물을 물리칠 수 있는 냉정한 내조가 아쉽다. 더구나 뇌물수수 당사자 중 한 부부는 한때 유명했던 <9시 뉴스>의 앵커여서 보는 이로 하여금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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