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날’ 행사에 대한 단상
‘시민의 날’ 행사에 대한 단상
  • 권용국
  • 승인 2007.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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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처음으로 전국에 황사경보와 주의보가 발효된 지난 1일 김포 시민의 날 행사가 치러졌다.

휴일이었던 이날 방송은 오전부터 뉴스시간대별로 그리고 자막소식으로 온 종일 한반도를 강타한 황사소식을 전하느라 분주했다.

행사 다음날, 시청 주변에서 기상 이변에 가까웠던 황사에 대한 얘기보다 어제 있었던 시민의 날 읍면동 체육대회가 화제가 됐다.

'기념식이 너무 길어 지루했다' '대회 운영이 매끄럽지 못했다' '종합우승제가 화근이다' '하루 행사에 이렇게 많은 예산을 쏟아 부어야 하느냐' 등등…….

의견은 달랐지만 결국 내용은 행사내용과 진행방법을 개선해야 하는 것으로 모아졌다.

김포에 읍면동대항 체육대회가 시작된 것은 시민의 날이 만들어 지기 훨씬 전인 지난 1985년이다.

놀거리와 즐길거리가 마땅치 않던 당시만 해도 지역에 흩어져 사는 주민들은 오랜만에 한데 모여 막걸리 한잔에 친구와 만나 회포도 풀고 집안의 대소사를 알리는 기회로 읍면 대항 체육대회만한 것도 없었다고 한다.

행사를 주최하는 입장에서도 군정에 대한 군민의 관심을 유도하고 군정을 홍보하는 것으로 일년 중 가장 큰 행사로 치르곤 했다.
 
이렇게 시작된 읍면 대항 체육대회는 지난 1998년 4월 김포군(郡)이 시(市)로 승격되면서 시민의 날 기념식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행사로 자리 잡게 돼, 기념식과 체육대회가 격년제로 열리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 달라진 것이라곤 시 승격 이후 늘어난 시세규모에 따라 커진   체육대회 규모일 뿐 승패를 두고 빚어지는 지역 선수단간의 마찰과 부족한 행사비 조달을 위한 비용 갹출문제, 행사진행 미숙, 시민 참여 폭 등 그때나 지금이나 어느 것 하나 달라진 것이 없다.
 
때문에 시는 매 행사 때마다 더 나은 행사개최를 위해 문제점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고 있지만 이번 대회에서도 부정선수 시비와 승패를 두고 빚어진 선수단간의 충돌 등 어느 것 하나 달라진 게 없었다.

문제는 읍면동간 경쟁심을 유발하는 종합우승제가 발단이다.

경쟁을 통한 다양한 종목에 대한 이해와 이를 통한 생활체육의 활성화란 긍정적 측면에 비해 최우수상을 수상하기 위해 각 읍.면.동별로 대회를 앞두고 몇 달간의 준비과정을 겪으면서 드는 시간적, 경제적 비용은 그 효과에 비해 손실이 적지 않다.

결국, 시민의 날을 기념하는 지역간 친목과 화합을 위한 축제가 체육 우수지역을 뽑는 경기자체에 비중을 두게 되면서 그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는 것이다.

기상청황사연구팀에 의하면 지구온난화에 따라 황사 발원지가 중국 내륙에서 한반도 가까이로 이동하고 있어 황사가 더 빠르고 강하게 오고 있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2년 뒤, 시민의 날 체육대회에는 각 지역대표 선수단과 응원단은 더 강해진 황사를 호흡하며 운동장을 달리고 선수단의 우승을 위해 목청을 높여야 할지도 모른다.

체육대회만이 지역화합과 단합의 구심역할을 한다는 생각은 신도시를 대비하는 지금 어울리지 않는다.

지역을 빛낸 인물을 수상하는 기념하는 조촐한 기념식과 지역의 변화와 발전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진전, 모든 시민 참여할 수 있는 음악회, 시민 심포지움 등 차분한 가운데 시민의 날을 기억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가 있다.

수억원씩 드는 행사비용도 문제다.
한번행사에 드는 비용이면 관내에 거주하는 홀로사는 노인과 소년소녀 가정에 3년을 지원하고도 남는 금액이다.

‘살기 좋고 품격 있는 도시’ 김포에 걸맞는 수준 높은 시민의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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