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날리기 행사', 행사성 이벤트 전락 우려
'새 날리기 행사', 행사성 이벤트 전락 우려
  • 권용국
  • 승인 2007.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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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보호와 생명존중 취지 어긋나

최근 한 조류보호관련단체가 대대적으로 다친 새 날리기 행사를 연 가운데, 스무 마리가 넘는 새가 한꺼번에 방사 돼, 치료가 이미 끝난 새까지 행사동원을 위해 보호라는 이름아래 방사장에 갇혀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포시와 학계에 따르면 이 단체는 지난 18일 사적 제202호 장릉(章陵)에서 강경구 시장과 신광식, 유영근 도의원, 안병원 시의회의장, 피광성 시의원을 비롯해 기업인과 지역사회 단체장과 군인, 학생, 시민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새 날리기 행사를 열었다.

이들 외에 유정복 국회의원과 17사단장, 경찰서장 등도 초청됐지만 일정 등의 문제로 행사에 참석하지 않거나 대리인을 참석시켰다.

2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날 행사는 단체관계자와 시장, 시의회의장의 인사말에 이어 장릉 능역으로 이동, 이 단체가 구조해 치료를 끝내고 방사장에서 적응훈련을 마친, 다친 새 방사 순으로 진행 돼, 황조롱이 8마리와 수리부엉이 4마리, 큰 소쩍새 4마리 등 천연기념물 5종을 포함해 7종 24마리의 새가 방사됐다.

이들 새들은 이 단체가 행사에 앞서 정한 새 날리기 대상자 순서에 의해 방사 돼, 강경구 시장이 김포를 대표해 시 상징 새인 까치를, 유정복 의원을 대신해 당 관계자가 평화의 상징으로 비둘기를, 안병원 시의회 의장이 수리부엉이 등을 순서에 따라 방사해 행사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하지만 학계에선 한두 마리도 아니고 스무 마리 이상 되는 새를 한꺼번에 방사하는 것은 다친 새를 보호하고 자연으로 돌려보낸다는 행사취지보다는 단체의 활동을 홍보하는 이벤트성 행사로 비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류연구가 이기섭박사(한국생태환경연구소)는 "독극물 중독이 아닐 경우 새들 대부분은 탈진이나 골절상태에서 구조되는데 부상 경.중에 따라 치료기간이 달라 자연복귀 시점도 달라지는데 같은 날 방사한다는 것은 방사시점이 새의 상태가 아닌 다른 이유에서 결정된 것으로 오해를 불러 오기 쉽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한 외과적 수술을 통해 다친 새가 회복 돼,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교육적 차원에서 알리기 위해 하는 행사 외에는 대부분의 단체는 다친 새가 치료되면 바로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류관련 연구원은 "부상으로 치료를 받고 회복된 새가 자연으로 날지 못하고 좁은 공간에 갇혀있다는 것은 그 자체가 스트레스"라며 "조수를 보호하고 생명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차원에서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행사에 참석했던 한 시민은 "같은 날, 같은 증세로 구조돼 치료를 받은 것은 아닐텐데 같은 날 일제히 방사 돼 의아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단체로부터 구조된 새를 인계받아 치료한 동물병원 관계자는 "다친 새 방사시기는 구조단체가 아닌 치료를 맡은 병원에서 새의 회복상태에 따라 결정한다. 어려운 상황에서 일하는 이 단체 홍보를 위한 면도 없지는 않지만 이번에 방사된 새 중에는 골절로 구조돼 1년 넘게 보호를 받던 새도 있고 날지 못하는 어린새도 많아 다친 새들과 함께 방사장에서 적응훈련을 받느라 한꺼번에 많은 새를 날리게 됐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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