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 붙은 년말 대목
얼어 붙은 년말 대목
  • 권용국
  • 승인 2004.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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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에 술취한 년말 거부 분위기...실종된 년말
년말 대목도 이젠 옛말이다.
장기불황이 계속되면서 씀씀이가 줄어든데다 직장마다 알뜰 송년회 바람이 불면서 예년과 같은 년말 분위기를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보내는 해를 아쉬워하고 희망의 새해를 준비하는 설렘에 분주했던 세밑 분위기가 실종된 것이다.

올 한해를 사흘 앞둔 28일 오후 8시 사우동 먹자골목.
김포시 최대 상가지역인 이 곳은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밤늦도록 흥청거리는 행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던 곳이다.

그러나 사흘 전인 크리스마스 연휴 때도 그랬지만 이날도 몇몇 곳을 제외하곤 가게 문을 여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썰렁했다.

그나마 손님을 맞은 곳의 가게 주인들은 이구동성으로 말이 년말이지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상가와 상가 사이 골목에는 모처럼 만에 찾아온 매서운 겨울바람만 감돌았고 종종 걸음으로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의 발길만 가끔 눈에 띌 뿐이었다.

3년째 돌문마을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A씨는 “예년 같으면 요즘 같은 때에 적어도 하루에 세네 테이블 정도에 송년모임 예약이 있었지만 올해는 한두 테이블 정도가 고작이고 오늘도 겨우 한 테이블에서만 예약손님을 받았다”며 “가게 문을 연 뒤 이 같은 불황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식당에서뿐만 아니다.
장기동에서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예년 정도와 비슷하게 100백 개의 캐익을 주문했지만 이틀 동안 고작 40개 정도 밖에 물건이 나가지 않아 예상이 빗나갔다고 말했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줄면서 할인 이벤트를 준비하며 연말 매상 올리게 에 나섰던 유통업체의 매출도 크게 줄었다.

원마트 윤국중 영업부장은 “고객유치를 위해 전 품목 할인 이벤트를 준비했지만 지난해 매출의 3/2정도의 매출밖에 올리지 못했다”며 “내년 초 매장 리모델링을 통해 최대한 매출을 끌어 올리도록 매출전략을 세워 놨지만 이 같은 분위기라면 큰 기대를 걸기가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가족단위의 외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서는 오히려 예년보다 손님이 늘었다.

사우동 전문 외식식당 업체의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직장인들의 송년모임이 많았는데 올해는 가족 단위 손님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끝을 알수 없는 계속되는 경기불황과 술 취한 송년회를 거부하는 사회 분위기가 세밑 풍속도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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