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이 빛이 된 “빛그림 이야기”
그림책이 빛이 된 “빛그림 이야기”
  • 유진희
  • 승인 2005.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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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에서 가장 가까운 서울 강서구. 화곡 초등학교 옆 동화나라 서점 지하엔 작은 공연장이 있다. 작다 못해 열악해 보이는 공연장에 아이들이 엄마 손을 잡고 빛그림 이야기를 본다. 오늘은 헬린 옥슨버리의 유명한 그림책 ‘옛날에 오리가 한 마리 살았는데’가 빛그림이 되어 아이들과 함께 한다. 성우가 “일은 잘돼가나?”하면 아이들은 “꽥”. 성우가 또 “일은 잘 돼가나?”하면 아이들은 “꽥” 한다. 제법 잘 연습한 선생님과 학생 같다. 3살에서 6살, 7살 난 아이들이 빛그림 이야기에 빠져있다.

빛그림 이야기는 참 낯선 이름이다. 공연하는 뮈토스는 빛그림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든 멀티 슬라이드 구연동화”라 한다. 그림책을 슬라이드라는 매체를 통해 빛으로 투영하고 성우와 음악이 조화가 되어 만든 빛그림 이야기는 한마디로 그림책을 오감으로 읽는 것이다. 빛그림 이야기는 일산의 어린이 전문 서점 “동화나라” 대표 정병규씨가 여운진(35세 뮈토스 감독)씨에게 “그림책을 슬라이드로 제작해 달라”라는 개인적인 부탁에서 만들어지게 되었다.

영화공부를 마치고 공연예술분야에서 활동하던 여감독은 어린이 문화를 일구려는 정병규씨의 열정에 감동하여 처음으로 그림책 세계에 접하게 되었다. 1998년 5월 5일 일산호수공원 어린이축제에 ‘백두산 이야기’와 ‘사랑에 빠진 개구리’를 처음으로 공연하게 되었다. 2001년에는 도서관협회가 후원하여 전국 순회공연을 하였다. 2003년부터 시작한 ‘파주 어린이책 한마당 행사’에서도 해마다 빛그림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2005년 올해는 환경운동연합의 지원을 받아 전국 30개 지역에 순회공연이 계획 중이다.

이렇게 빛그림 이야기가 아이들의 공연문화로 자리잡아 가는 데는 뮈토스가 있다. 뮈토스는 젊은 단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뮤지컬 배우들인 성우 3명, 기획자, 기술, 섭외, 감독 각 1명모두 7명으로 정예 멤버이다. 뮈토스는 이 곳 화곡동 공연장에서 한 달에 한번 정기 공연을 갖는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공연을 한다. 사실, 1988년 11월 김포서초등학교에서도 공연을 한 적이 있다. 여감독은 그때 ‘세상에서 가장 힘센 수탉’을 공연하였는데, 정년퇴임을 앞둔 교장 선생님께서 남다른 감회로 눈물을 흘리셨던 기억이 난다고 한다. 지금까지 8년 동안 80여개 작품으로 1000여회 정도 공연을 했다. 여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교과서에서 읽었던 이주홍 선생님 “메아리”와, 돌맹이 하나로 온 마을 사람들이 나눔을 배우는 “돌맹이국”,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삶의 명제를 제시하는 “세가지 질문”.

여감독은 순수예술이 힘이든 길이지만 앞으로도 빛그림 이야기 공연을 계속하고 싶어한다. “어린이 문화를 위한 사명감으로가 아니라 즐거워서 계속 할 것이다.” 하면서 말을 잇는다. “아이들에게 책읽기란 지극히 개인적이고 고립된 것 같다. 하지만, 빛그림 이야기를 통해서 공연장에서 성우들의 음성으로, 빛으로 투영된 영상들로, 여러 사람과 함께 하면서 아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만드는 일이 참 즐겁다.”

오늘도 엄마와 아이들은 실갱이를 한다. “엄마 한 권만 더 읽어줘요?”아이가 보채면 엄마는 “딱 한 권 만이다”라고 다그친다. 이런 책읽기가 좀 식상하다면 이번 주말엔 아이들 손 잡고 뮈토스를 찾아가면 어떨까? 빛이 된 그림책이 우리 아이의 감성을 한껏 안아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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