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요즘 정치판의 위정자은 3치와 3씨를 모두 팽개친 개차반 같아 안타까워.
전 김포시청 경제국장 조성춘 3치’는 눈치, 염치, 재치. ‘3씨’는 말씨, 솜씨, 맵씨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많은 것이 필요합니다. 의식주뿐만 아니라 돈도 필요하고 지식과 경험, 용기와 의지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요소들도 한 사람의 가치와 삶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특히, 무리를 이끈다거나 공적인 위치에서 전체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면 더 많은 조건과 엄격한 잣대로 갖춤과 됨됨이를 평가하게 되는데, 우리는 흔히 ‘3치’가 있는지와 ‘3씨’가 얼마나 좋은지를 얘기하곤 합니다.
‘3치’는 눈치, 염치, 재치를 말함이니 이 세가지는 많을 수록 좋습니다.
눈치는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에서 공감과 대처, 판단과 이해 능력을 나타내는 한국인 특유의 독특한 정서입니다. “눈치가 있으면 절에서도 젓국을 얻어먹는다”라는 말은 눈치라곤 없는 답답한 이를 책망할 때 쓰고, “눈치가 백단이다”라는 말은 얄미울 정도로 상황 파악이 빠른 사람을 일컫습니다. 지나치게 영악하면 자칫 원치 않는 시기질투를 초래하기도 하지만, 주변을 살피며 자신의 위치에 걸맞은 언행을 할 줄 아는 눈치는 꼭 필요한 역량입니다.
염치는 체면을 차릴 줄 알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입니다. 제 분수를 모르고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사람은 ‘염치없는 사람’이 되어 손가락질을 받지만, “염치없지만...” 또는 “염치를 무릅쓰고...”라며 정중히 청하면 뜻한 바를 이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염치는 사람이 사람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양심이자 자존심인 셈이니 염치 없는 사람이 공적인 일을 맡아서는 안되겠지요.
재치는 어떠 상황에서 일을 눈치있고 재빠르게 해 내는 것을 말합니다. 재치는 단순하게 임기응변을 잘하는 것과는 달리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한 눈에 파악하고 원인을 찿아내어 근본적으로 신속하게 해결하는 종합 사고력과 추진력을 의미합니다. 재치있는 사람은 당장의 어려움을 모면하기 보다는 구체적이고 궁극적인 이익을 도모합니다.
‘3씨’는 말씨, 솜씨, 맵씨를 뜻합니다.
말씨는 조용하고 차분하면서도 명확해야 합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라는 말처럼 논리 없이 횡설수설하며 목소리만 높이는 것은 경박합니다.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듯 큰 목소리가 필요한 때도 있겠지만, 말에 신뢰를 더하려면 적당한 음량과 속도를 지켜야 합니다.
솜씨는 손을 놀려 일을 이루어 내는 능력입니다. 같은 시간 동안 같은 일을 해도 결과물의 완성도가 천차만별일 만큼 솜씨는 즉각 드러납니다. 타고나는 경우도 많지만, 요즘은 지속적인 노력과 훈련으로 터득할 수도 있습니다. 솜씨가 뛰어난 이는 명장의 반열에 오르지만, 그렇지 못한 이는 평생 서툰 손재주를 아쉬워하며 살게 됩니다.
맵씨는 말씨의 기품과 솜씨의 멋, 그리고 몸가짐이 어우러져 나타나는 아름다움입니다. 단순히 외모가 예쁘고 추함의 문제가 아니라, 내면의 바탕이 말씨와 솜씨를 통해 밖으로 배어 나오는 인품의 총화입니다. 빼어난 맵씨를 지닌 사람은 십전십미(十全十美)의 매력을 갖추게 됩니다.
사실 말씨, 솜씨, 맵씨 말고도 ‘마음씨’가 하나 더 있지요. 마음씨야말로 ‘씨’로 끝나는 바탕 중에서 끝판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음씨가 바르면 3치와 3씨는 걱정할 게 없고, 마음씨가 바르지 못하면 결코 3치와 3씨를 챙길 수 없을뿐더러 설령 잠시 챙긴다 하더라도 가식과 임시방편으로 가려진 가면이 벗겨지는 건 시간문제겠지요.
그러고 보면 이 ‘3치’와 ‘3씨’는 옛 선현들이 인재를 알아보던 기준인 신언서판(身言書判)과도 맥을 같이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 정치판의 위정자들을 보면 3치와 3씨를 모두 팽개친 개차반 같아 안타까움과 걱정이 큽니다. 제발 눈치껏 민심을 살피고, 염치 있게 행동하여 재치있다고 칭찬 받는 정치인이 될 수는 없는지요? 상대를 존중하는 품격 있는 말씨와 국정을 이끄는 야무진 솜씨로, 국민에게 맵씨 있는 정치를 보여주기를 기대하는 건 정말 무리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