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컬럼' ‘그냥, 우기는 게 누군가?’
'대표컬럼' ‘그냥, 우기는 게 누군가?’
  • 이선복
  • 승인 2005.07.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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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냥 우기기 때문에 대화가 안 된다'

김동식 시장이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 과정에서 시의회를 두고 한말이다.

파리 8대학까지 나 온 정치학 박사인 김시장 입장에서야 의회를 구성하고 있는 의원 면면이 눈에 차지는 않겠지만 공식적인 인터뷰 자리에서까지 노골적으로 시의회를 무시하는 듯 한 발언을 한 것은 김시장의 오만이다.

또, 이는 시 살림을 살피고 시정을 감시, 견제해 달라고 이들을 시의회로 보낸 주민무시와도 같다.

시의회에 대한 김 시장의 이 같은 언행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시정연설이나 시정 질문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도를 넘어서는 의회 무시성 발언이 있었지만 무던한 의원들 탓(?)에 일이 확대되는 지경까지 이르지는 않았었다.

이 같은 김시장의 태도는 자신이 추진하고자 했던 사업에 대한 의회의 제동에 대한 불만이다.

그러나 불만에 앞서 시정운영의 파트너인 의회의 존재가치에 대해 생각했었는지, 추진하고자 했던 사업에 대한 동의를 위해 노력했었는지, 그리고 사업이 객관적으로 합당했었는지를 먼저 생각해 봐야 했을 것이다.

굴절버스와 환경관리공단 설립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김시장은 시장 취임 후, 공영버스를 도입하겠다며 시청직원들과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하지만 귀국 뒤 내 논 것은 공영버스가 아닌 굴절버스. 서울서도 실패한 굴절버스를 도입하겠다고 하는데 예산 씀씀이를 살피는 의회가 시장이 추진한다고 해서 무턱대고 따라 줘야한다는 말인가?

환경관리공단 문제도 그렇다. 예산 잡아먹는다는 비난은 차치하고서라도 광역시 몇몇에만 있는 환경공단을 굳이 서두를 필요가 있었는지.

시장 취임 전 경기도의회 의원으로 활동했던 김시장의 의정활동이 궁금하다.

아무리 옳다하더라도 시장 혼자만의 확신으로 시정을 결정지을 수는 없다.

그것이 의회 민주주의 기본원리이며 이것이 훼손될 때 의회 민주주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김시장은 올 초 시청 공직자들이 만드는 한 잡지에 기고한 글을 통해 ‘조화’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글에서 김시장은 ‘우리의 삶은 늘 조화가 생명’이라고까지 했다.

조화는 서로의 어울림이다. 어울림은 합의와 양보를 통해 얻어지는 선이다.

우려되는 것은 조화와 합리를 강조하는 김시장의 이번 의회 경시발언이 민선 3기를 1년 앞둔 감각상실이 아니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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