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내 친구 집은 어디인가?'
영화이야기-'내 친구 집은 어디인가?'
  • 김포데일리
  • 승인 2005.09.0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 영화는 그것을 본 관객 숫자만큼의 버전이 있을 수 있다”

이국적인 이란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일어난 이야기 다큐멘터리처럼 영상에 담아
지루한 느낌으로 다가오지만 단순한 흐름속에 강한 감동 전해주는 묘한 매력 지녀
관객의 인내력을 요구하는 영화가 있다.

 거의 다큐멘터리 수준으로 이란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연출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1987년 제작, 2005년 5월5일 국내 개봉)이다.
 그의 영화는 반복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카메라 등이 모티브로 작용하고 이런 한가지 모티브가 계속 반복되는 것이다.

이 영화는 10분 정도 지나면 지루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국적인 이란을 배경으로 잔잔한 흐름의 영화를 지켜 본다는 것이 빠른 영상과 말초적인 내용에 익숙해 있는 관객에게는 고통의 시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우리가 흔히 보아온 기승전결이 있고 드라마화 된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일 수도 있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영화는 단순함 속에 의외로 강한 감동을 담고 있다. 무엇 하나 꾸민 것 없는 자연스러운 연기, 물 흘러가는 듯한 단순한 줄거리 속에 소박하지만 소중한 인생의 교훈을 담아낸다. 파격적이고 돌출적인 영상보다 밋밋한 영상을 보여 주는 것은 그만의 연출력이며 전략일 수도 있다.

고다르 감독이 이 영화를 칭찬한 것은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영화 매체 자체의 성격에 대해서 자기 나름대로 정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누구나 지루함을 느끼지만 그것만 극복한다면 지루한 부분이 많은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또한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영화적 특징에서는 대부분 결론을 서둘지 않고 관객의 빈 틈 채워넣기를 위한 열린 결말로 끝을 낸다. 이런 식의 열린 결말은 당연히 관객에게 다양한 해석의 자유를 주려는 감독의 의도로 볼 수 있다.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는 초등학교 학생의 단순한 동심세계를 그린 소품처럼 보인다. 이란 북부의 어느 마을 초등학교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신나게 떠들던 아이들은 선생님의 출현으로 일순간 긴장에 휩싸인다. 바로 공포의 숙제 검사 시간이다.

숙제를 공책에 하지 못한 네마자네는 선생님으로부터 심한 꾸중을 듣고 울음을 터트리고, 옆에서 짝궁 아마드는 그를 애처롭게 바라본다. 그런데 하교 후에 코케마을의 집에 와보니 자기 책가방 속에 숙제를 해가야 할 나마자데의 노트가 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아마등의 눈앞에 네마자데의 우는 모습이 아른거리기 시작한다. 한번 더 숙제를 안해 오면 퇴학시키겠다던 선생님의 엄포에 생각이 미친 아마드는 친구의 공책을 집어들고 집을 나선다.

네오자데가 산다는 마을 포시테를 향해 아마드는 작은 여행이 시작된다. 영화는 1시간 넘게 이 아이가 친구를 찾아 갈짓자형 지그재그 산길을 오가는 고생스런 모습을 놀랍도록 끈질기고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한 영화는 그것을 본 관객 숫자만큼의 버전이 있을 수 있다”고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인터뷰에서 말 한 적이 있다. 결말 없는 영화가 필자를 그렇게 감동시키고 아직까지 감독 이름을 외우고 있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정말 매력적인 영화이고 그의 연출 스타일은 영화 매니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철저하게 현장 중심의 사실주의를 추구하며 다큐멘터리 장점과 어린이의 순수성을 강조하는 그만의 독특한 담백의 미학, 소자본으로 뛰어난 테크닉 없이 삶에 대한 애정을 솔직담백하게 그리는 그의 영화를 외면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필자 최주철(동양스포츠센터 대표)은 현재 전국 건전한스포츠문화조성연대(sportsculture.net)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호주 시드니 KVB예술대학 영상학과과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언론학 석사)을 졸업하고 ㈜우방 엔터테인먼트 영화프로듀서와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광고프로듀서로 활동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