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
결혼기념일
  • 김포데일리
  • 승인 2005.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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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꺼내든 앨범의 먼지를 닦고 첫장을 넘기니 드레스를 입은 내 모습보다 이제는 이 세상에 안계신 부모님의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결혼식을 올리는 순간들이 사진 한컷 한컷으로 기록되어 있는 모습은 과거를 회상하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첫장을 넘기고 한동안 다음 장을 넘어가지 못하게 시선을 잡은 것은 결혼 식순의 뒷면 인삿말이 그때 그 순간으로 생각을 돌이켰다.
"오늘이 있기까지 땀과 눈물의 기도로 성장시켜 주신 부모님과, 바쁘신 중에도 오셔서 많은 격려로 축복해 주신 여러 어른들께, 같이 자라 이세대 가꿔갈 형제 친지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아껴 주시고 아름답게 성숙되어 가도록 사랑어린 보살핌과 기도 부탁드립니다. 이제 저희는 '유덕한 여자는 존경을 얻고 근면한 남자는 재물을 얻느니라'라는 말씀을 거울 삼아 섬기고 이웃 사랑함에 힘쓰겠습니다."

많은 분들의 축복을 받으며 그분들 앞에서 약속한 것이 있음을 18년이 지난 지금에야 깨닫게 되었다. 강산이 두번 변할 세월이 간 후에야 우리가 약속했던 부분을 되짚을 수 있었으니 제대로 그 약속을 지켰겠는가?

얼만큼 예쁘게 살기 위해 노력했을까? 살얼음판 처럼 힘들었던 날은 어떻게 보내었던가! 하나가 아니고 둘이었기에 의지하고 살아온 날들이 까마득히 기억 저 편에 있음은 죽을만큼 힘들진 않아서 였나.....

그저 그렇게 살아온 세월의 풍상은 한 세대가 가고 새로운 세대를 존재하게 했고, 우리의 보금자리는 사랑과 이해가 같이 하고 있음에 행복하다 할 수 있으니 절반의 약속은 지킨 것인가!

9월의 하늘은 높고 푸른데 청명한 그 하늘에 우리의 다짐을 아로새겨 봐야 할 것 같다.  살아온 날처럼 열심히 하루를 성실하게 꾸며 가도록,  다음 세대가 편안하게 미래를 설계하도록  준비할 수 있는 비빌 언덕이 되어 주어야 할 것 같다. 우리의 전 세대가 그랬던 것처럼......

많은 것들이 물질의 많고 적음에 좌우되는 요즘 진정한 사랑과 행복의 수치가 돈과 결부되지 않도록 우리 세대에서 바로잡아 가야 하지 않을까?

나와 내 가족만 평안하면 되는 것처럼 굳게 닫혀 버린 우리들의 문을 조금만 아주 조금만 열어 둔다면 서로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지 않을까? 내 작은 욕심을 채우기 위함보다 우리의 평안함을 추구한다면 더없는 풍족함이 함께 하지 않을까!

탈무드를 배우는 유대인들은 자신들만의 결속력이 서로의 평안과 안위를 지켜 주기에 세계를 이끌어가는 요직에 있지 않은가! 우리의 도덕적인 삶이 작게는 가정에 더 나아가서는 국가에 이바지 할 수 있다면 더 큰 선물이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을까?

우리의 후손이 우리가 겪은 과도기를 거치지 않기를 소망해 봄이 너무 큰 꿈일까....../노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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