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정치 상업영화’
영화이야기-‘‘정치 상업영화’
  • 김포데일리
  • 승인 2005.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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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검열 때문에 다루지 못한 ‘정치적 상업영화’ 잇따라 개봉될 예정
흥행 여부도 관심거리지만 정치권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기만

영화가 세상에 태어난지도 어느덧 10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초창기의 영화는 단순히 일상의 의미없는 움직임에 대한 기록과 마술에 가까운 쇼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이후 장르의 다양화 등으로 내러티브를 체계적으로 발전시켰으며, 서서히 영화 속에 이데올로기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영화들은 세상살이, 사회현상을 반영함과 동시에 영상문화에 익숙해 있는 동시대 사람에게 이념과 철학, 이데올로기들을 퍼붓는 매체로 발전했다.

영화의 연출에 있어 감독의 의식적, 무의식적 의도로 영화 속에 내재된다. 영화는 감독작품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독의 세계관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영화가 현실의 표상이며 상상된 현실에 다름 아니라면, 영화는 어떤 의미에서 언제나 정치적이다. 정치영화이건, 정치적이지 않은 영화이건 그것은 언제나 현실의 정치적 단면을 불가피하게 반영한다.

국가보안법이라는 냉전과 분단 시대의 낡은 유물을 부둥켜안고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 2005년 한국의 정치현실을 지켜보면 앞으로 많은 감독들이 정치적 환경에서 자란 탓에 잠재적 이데올로기 성향 출신 감독이 배출될 확률은 높아질 것으로 보여진다.

제3공화국이라는 책을 우연히 고등학교 때 읽은 적이 있다. 독서광이라기 보다는 70년 정인숙 사건에 대한 내용이 흥미롭고 재미있어 12권을 다 읽은 기억이 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수많은 역사 기록들은 지금 영화의 소재가 되어 신세대에게 흥미거리로 등장했다. 영화 관객 70%가 20대 30대로 ‘정치 영화’는 역사물보다는 오락물로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이다.

반면에 충무로가 굴곡 많은 근·현대사에 대해 공격적으로 나서자 정치권은 긴장감을 가지고 있다. 영상매체의 파급효과는 진실이건, 영화적 허구이건 누구보다 정치인들이 잘 알고 있다.

부천에서 차로 1시간30분만 가면 볼 수 있는 실미도, 지금은 바다 바람 쐬려 가는 그냥 바닷가지만 70년대 북파 공작원 훈련장소였다. 70년대 북파공작원의 실체를 다룬 영화 ‘실미도’는 정치영화의 신호탄에 불과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발사를 소재로 한 ‘효자동 이발사’에 이어, ‘그때 그 사람들’이 개봉하면서 영화를 통한 ‘박정희시대 다시 보기’는 절정에 달한 느낌이다. 80년대 사회적 쟁점에 관한 영화도 잇따라 기획되고 있다.

‘올드보이’로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은 1974년 인혁당 사건을 영화로 준비중이다. 사형 선고 후 20시간만에 형이 집행돼 ‘사법 살인’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던 이 사건은 이미 연극으로도 공연된 적이 있다. 인혁당 사건은 국정원의 과거사진상규명 대상에 올라 있기도 하다.

제작사 마술피리가 준비중인 ‘TBC가족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가제)는 80년 언론 통폐합 당시 삼성의 동양방송(TBC)이 KBS로 넘어가는 과정을 그린다고 한다. ‘그때 그 사람들’을 만든 MK픽쳐스는 후속작으로 1950년 7월 한국전쟁 당시 미국인의 민간인 학살을 다룬 ‘노근리 전쟁’(가제)을 준비중이다.

헐리우드도 정치영화 <화씨 9/11>의 대성공에 힘입어 정치영화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헐리우드의 이같은 변화는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타리 <화씨 9/11>의 성공에 기인한다.

전통적 기독교도들의 강한 비판속에서도 3억7천만달러의 수입을 올린 <더 패션 오브 더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the Christ)>에 이은 <화씨 9/11>의 흥행 성공으로, ‘종교나 정치소재의 영화는 실패한다’는 헐리우드의 법칙이 깨지고 있는 셈이다.

헐리우드에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정치 소재 영화들 가운데 최대 화제작은 <더 맨추리안 캔디데이트(The Manchurian Candidate)>. 이 영화는 공산주의자들이 세뇌와 암살을 통해 정권을 획득하려는 음모를 다룬 1962년도 원작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이번에는 딕 체니 부통령과 이라크전쟁으로 막대한 이권을 챙긴 거대 정유업체 핼리버튼사(社) 사이의 ‘검은 유착’을 폭로하고 있어, 벌써부터 공화당을 크게 긴장케 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 딕 체니를 형상화한 영화속 인물은 더없는 악당으로 묘사되고 있다.

흑인 명우 덴젤 워싱턴이 주연을 맡은 <더 맨추리안 캔디데이트(The Manchurian Candidate)>는 개봉하자마자 박스 오피스 3위에 올라 <화씨 9/11>에 이은 또한번의 정치소재 영화로 ‘대박’을 터트렸다.

소재 빈곤으로 고민하던 충무로는 히든 카드를 뽑았다. 한동안 검열 때문에 다루지 못한 ‘정치적 상업영화’가 봇물터지듯 개봉될 예정이어서 흥행 여부도 관심거리지만 정치권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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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최주철 동양스포츠센터 대표<사진>는 현재 전국 건전한스포츠문화조성연대(홈페이지·sportsculture.net ▶바로가기 클릭)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호주 시드니 KVB예술대학 영상학과과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언론학 석사)을 졸업하고 숭의여대 컴퓨터 게임학과 출강해 영상물 분석 관련 강의를 했으며 ㈜우방 엔터테인먼트 영화프로듀서와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광고프로듀서로 활동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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