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은 만병을 다스린다’
‘웃음은 만병을 다스린다’
  • 김포데일리
  • 승인 2006.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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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를 웃기고 울리는 코미디 프로그램 이면에 치열한 경쟁'

'정치에서도 웃음의 철학이 꽃피고 신뢰받는 정치 실현됐으면…'

지금 현재 한강에는 다리가 모두 26개라고 한다. 그 중에서 여의도로 갈 수 있는 다리는 마포대교, 원효대교, 서강대교 등 3개다. 6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한강 인도교와 한강 철교가 고작이었는데 세월이 더 지나면 한강이 혹시 복개가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만큼 점점 늘어나고 있다.

뜬금없이 다리 얘기를 하는 것은 어떤 자리에서 여의도로 가는 다리 중에 개 견(犬)자에 아들 자(子)자 ‘견자교(犬子橋)’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말로 하면 듣기가 참 민망한 이름이고, 또 여의도에서 2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한 나로서는 생소한 사안이 아닐수 없는 일이지만 듣고 보니 그도 그럴 것이라고 수긍이 갔다.

그렇다면 어디가 견자교일까. 말씀하신 분에게 확인할 상황이 안돼 그냥 듣긴 했지만 국회에 왔다가 의원님들한테 혼쭐(?)이 난 장관 나리들이 다리를 건널 때마다 ‘개??’, ‘개??’ 하면서 지나다 보니 어느새 견자교가 돼 버렸다는 이야기인 만큼 아마도 국회와 가장 가까운 다리가 아닐까 싶다.

물론 이 개그(?)라는 게 이미 때가 지난 썰렁 개그에 불과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그 이야기를 국회의사당 3층에 있는 소위 귀빈식당에서 들으니까 묘한 기분이 들었다.

병술년 벽두라서 그런지 이 자리에서는 화두가 개와 연관된 것이 많았다. “개 보다 앞서 가면 개보다 나은 ?, 같이 가면 개 같은 ?, 개보다 늦게 가면 개보다 못한 ?.”

사단법인 HO2 이사장으로 추대된 이경재 의원의 인사말도 개로 시작이 됐다. 아마 병술년이라서 개를 빗대 말씀한 것 같은데 ‘개’자가 들어가서 좋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80년대 MBC TV <웃으면 복이와요>라는 프로그램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구봉서와 배삼룡 등 당시 코미디언들이 전성기를 구가했던 프로그램이다. 지난 해던가 11년만에 이 프로그램이 부활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당시 명성을 되찾아오지는 못한 것 같다.

마침 그때 연출자였던 로고스 필름 유수열 대표도 참석했는데, 그로부터 개그 대신 TBC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숨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당시 MBC 코미디가 독주를 했지만 TBC <토요일이다 전원 출발>에서 고인이 된 이주일씨가 출연하게 됨으로써 MBC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웃으면 복이 와요> 연출을 맡았던 유대표는 이주일의 코미디를 보는 순간 비록 상대사 프로그램이지만 눈앞이 캄캄해졌다고 털어놨다. 한밤중에 이주일을 찾아갔으나 그로부터 들은 것은 실망 그 자체였다고 한다. 얼마 후 이주일이 방송출연 금지를 당하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고 하니 ‘상대의 슬픔이 나의 기쁨’이었던 셈이다.

이 자리에서 나온 얘기 중 하나는 코미디 작가 전영호씨에 대한 사연이다. 방송사 통폐합전 DBS(동아방송) 작가로 일했던 전씨가 TBC로 이적했는데 방송 사례 차이가 너무 났었기 때문에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붙잡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전 작가가 그렇게 인기가 있었던가 다시 한번 쳐다보게 하는 뒷이야기 중 하나였다.

시청자를 웃기고 울리는 코미디 프로그램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렇게 치열한 경쟁과 불꽃튀는 승부가 펼쳐진다. 지금 이 시간에도 KBS의 <개그콘서트>, SBS <웃찾자> 등 역시 피나는 경쟁이 이어지고 있을 게 뻔하다. 요즘 유행어 ‘안 되겠니’<개그 콘서트>, ‘우리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웃찾사> 등은 우리에게 웃음과 풍자를 안겨주고 생활의 활력소가 되어 준다.

뒤늦게나마 국회에 ‘국회 유머 포럼’이 있다는 것은 알게 됐다. 여기에는 국회환경노동위원장인 이경재 의원과 장복심(열린우리당), 공성진(한나라당) 의원 등과 유수열, 김방옥, 전영호 등 방송인들이 다수 참석해서 발족시켰다고 했다. 그리고 일부의 거친 대화와 불쾌한 욕설로 일그러진 정치를 버리고 국민을 편하고 잘 섬기기 위해 좋은 생각하기, 고운 말하기, 맑은 웃음주기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고 한다. 웃음이 나라를 살린다는 전제에서다.

‘동의 보감’에 웃음이 보약보다 좋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웃다가 살아 난다는 말이 있다. 올초는 다행스럽게도 유머라는 말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더 나아가 방송에서만 웃기는 것이 아니라, 정치에서도 국민을 웃게 하는, 그래서 민의의 전당에 ‘개??’라는 말이 다시는 안 나오게 웃음의 철학이 꽃피고 신뢰받는 정치의 장이 되었으면 싶다./길주

필자는 부산일보 서울지사 취재기자와 KBS 홍보실 근무. 현재는 자유기고가로 활동하며 <주간 불교>에 ‘선재동자의 남도 삼천리’를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는 ‘나도 이제 스타’, ‘아버지가 딸에게 꼭하고 싶은 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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