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내빈(外華內貧)… 드라마 야외 세트장’
‘외화내빈(外華內貧)… 드라마 야외 세트장’
  • 김포데일리
  • 승인 2006.03.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반짝 인기에 편승 드라마 촬영장소 유치경쟁 ‘용두사미’… 책임지는 사람없어 '

'부천 영상문화단지 내 세트장도 현상 유지조차 어려운 부실 세트장으로 전락'

2004년 <가을 동화>, 2005년 <겨울 연가>에 이어 <대장금>이 이집트 국영방송 ERTU에서 방송된다. 성급한 판단인지 모르지만 아랍권 전역에 또다시 한류바람이 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겨울 연가>가 방송된 이후 이집트 대학생들이 팬클럽을 결성하여 지금도 활동 중이라는 소식과 함께 한류 열풍이 일본, 중국, 동남아를 거쳐 중동까지 상륙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왔던 <겨울 연가>는 시들했던 남이섬을 다시금 활력을 찾게 만들었고 관광상품으로 둔갑시켜 버렸다. 몇 년 전 <겨울 연가> 촬영지인 남이섬의 메타세콰이아 나무 길에서 일본인 남녀 한쌍이 백년해로를 다짐하는가 하면, 지금도 많은 일본인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한류바람을 몰고온 <겨울 연가>는 일본의 4~50대 아주머니들이 한국 남성에 대한 낭만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가 있다. 오다 노부나가, 도요도미 히데요시, 도꾸가와 이에야스 등 파쇼적인 남성관만 보아오던 일본 주부들에게는 따스하기만 한 한국의 남자를 보고 흥분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중국에 한류바람이 분 것 역시 우리나라 드라마를 보고 대가족 제도가 무너지고 있는 5~10년 후 자신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제 드라마의 역할은 대중문화적인 측면에서나 경제적인 면, 그리고 국가적인 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류 열풍으로 우리나라를 알리고 외화를 벌어들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왔다.

국내에서도 드라마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해신>을 촬영했던 완도는 섬이 가라앉을 정도로 인파가 몰려 완도군 관계자들이 즐거운 비명을 울렸다. 불과 몇 달 전의 일이지만 완도를 알리는 호재가 되었다.

지자체들이 드라마 촬영장소를 유치하려고 경쟁을 벌이는 것은 시·군을 알리고자 하는 홍보적인 측면과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없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방송사는 방송사대로 물론 제작비를 지원받기 위한 방편의 하나다. 양쪽 모두 이해가 맞아떨어지면 공식 스케줄에 따라 야외 촬영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대부분 인기 드라마와 지방 야외 스튜디오의 정해진 정석이었다.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용두사미’라는 말을 쉽게 떠올리게 하는 일들이 수없이 벌어진다. 시작은 요란하데 결과는 뱀꼬리가 되고마는 일이 수없이 펼쳐진다. 지자체들이 유치한 드라마 촬영 현장 역시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가 많다.

<야인시대> 촬영장인 부천 영상문화단지내 판타스틱 스튜디오도 한국 근대사의 메카라며 드라마 방송 중에 수많은 사람들이 찾았지만, 지금은 현상 유지조차 어렵다는 소식이 들린다.

종로 경찰서, 우미관, 화신백화점과 전차를 탈 수가 있지만 입장료 3천원이 아깝다고 불만을 나타내는 관광객을 쉽게 목격한 적이 있었다. 이웃한 ‘필빅 스튜디오’도 아침드라마 <그대는 별>과 <고향역> 등을 유치했지만 제구실을 못하고 부실 스튜디오로 전락해 버렸다.

지자체가 드라마 촬영장 유치 경쟁을 벌이기 시작한 것은 경북 문경 도립공원 입구에 KBS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 촬영장이 생기고 부터라고 할 수가 있다.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문경에 관광객이 몰리자 이웃인 제천과 안동에서도 앞다퉈 야외촬영장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 세트장들이 없어지거나 흉물화 되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지자체마다 드라마 촬영장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또 세트장을 만들어 촬영되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순천은 SBS 특별기획 <사랑과 야망> 오픈세트가 만들어졌고, 낙안읍성 민속마을, 승보사찰 송광사, 천년고찰 선암사, 순천만, 드라마 세트장을 관광 상품으로 묶어 어른 기준으로 8천500원~9천500원을 받고 있다. 드라마 세트장은 어른 기준으로 3천원을 받는다고 한다.

부여군에 있는 <서동요> 세트장도 조례를 개정해서 2천원의 입장료를 받는다고 해서 논란을 빚고 있다는 소식이다. 토지 매입 10억, 제작 지원비 10억, 세트장 조성비 10억, 소품 지원비 8억 등 모두 60억원을 쏟아부었다니 입장료를 받지 않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하동에 있는 <토지> ‘최참판댁 오시는 길’ 세트장도 1천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 양주 <대장금> 드라마 테마파크 역시 리얼하게 만든 궁궐과 촬영 당시 소도구를 복원해서 5천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 보성은 벌교읍 일원에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 세트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전국이 야외 세트장이 아닐까 할 정도로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드라마 촬영장이지만, 드라마가 기획되면 우선 유치하고 보자는 졸속과 전시 행정 탓인가, 지금까지 여기 저기 만들어진 드라마 세트장 대부분이 제구실을 못하고 흉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반짝 인기에 편승해서 주민들의 세금만 몇 십억씩 날리고 그렇다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드라마가 끝나면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러한 모습들이 한류열풍을 몰고온 우리 드라마의 또 하나의 ‘빛과 그림자’인지도 모르겠다./길주  <부산일보 서울지사 취재기자, KBS 정년 퇴직. 지금은 KBS 사우회 출판홍보위원과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주간불교에 ‘선재동자 남도 삼천리’를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는 ‘나도 이제는 스타’, ‘아버지가 딸에게 꼭 하고 싶은 말’ 등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