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카메라와 공직자’
‘몰래 카메라와 공직자’
  • 김포데일리
  • 승인 2006.04.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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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을 하늘처럼 모시겠다는 말, 선거 때만 쓰이는 상투적 언어되지 않아야 '

'고위층·지도급 인사들, 국민 위해 행동으로 책임지고 헌신하는 자세가 필요'

엊그제 뉴스를 보면 ‘강남 학군 폐지(?)’라는 것이 뜬금없이 보도돼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집권당이라는 열린우리당은 당론이 아니라고 하고, 해당 교육부는 이를 검토한 사실조차 없는 것이라고 했지만 국가 대사인데 누구 말을 믿고 따라야 할 지 점입가경이다.

요며칠 사이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봄 날씨처럼 변덕스럽고 어지럽다. 모처럼 강남권 진입의 기회라서인지 판교 신도시 청약으로 200여만명이 들썩이고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프레미엄이 붙는다고 입소문이 자자했다.

이어 나온 3.30 부동산 후속대책이 발표된 날 인근 부동산 관계자와 만났더니 점점 서민들이 집을 사는 것이 더욱 불가능해졌다고 했다. 부동산 대책이라는 것이 오히려 집 장만을 꿈꾸는 서민들에게 하나의 꿈으로나 생각될 수밖에 없도록 되어있고, 월급쟁이는 평생 벌어도 강남에 있는 아파트를 사는 것은 불가능해졌다고 볼멘 소리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법조 브로커 윤상림씨 사건에 이어 김재록씨 로비의혹 사건이 현대차 비자금 사건으로 비화되고, 언제 또다른 사건이 터져 나올지 가늠조차 못할 지경이다. 웬만한 뉴스나 사건에 이미 이골이 나고 면역성이 생긴지 오래지만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날이 갈수록 해괴하다.

청와대라고 하면 국정의 최고 정점이다.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는 담당자들은 국민을 하늘처럼 받들고 한점 부끄러움 없는 처신을 해야 한다는 당연한 공자 말씀이다.

솔직히 말해 참여정부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깨끗함과 도덕성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가. 그렇건만 그 기대는 오히려 실망으로 돌아올 때가 많았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막중한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책임과 의무도 큰데 들여다 보면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는 상황이 되고 무슨 일이 또 터지지 않을까 조마조마 가슴을 졸이는 지경이다.

보도에 의하면 청와대에서 조차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하지만 그 자성이란 것도 위기를 모면해보겠다는 임시 방편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골프 회동을 했던 한 비서관의 뻔한 거짓말을 TV에서 생생하게 본 시청자라면 누구나 생각은 같았을 것이다. 물론 몰래 카메라에 잡힌 것이어서 취재 방법이 정당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몰래 카메라가 아니었다면 잡아떼기로 일관하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몰염치가 계속 되었을 것이 뻔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이른바 골프회동도 계속되었을 것이다.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해야하는 악순환의 반복이라는 것을 간과했던 것이다.

무슨 일이 터지면 우선 도망가거나 사라져버리면 되고, 재수없어 붙잡히면 막무가내 잡아떼면 사태를 모면하던 것은 기성 정치인만이 하는 짓인 줄 알았는데 참신과 도덕성이 있을 것이라는 세대에게서 그보다 더한 현장을 목격했으니 실망이 크지 않을 수 없다.

그뿐이 아니다. 아내를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다. 3급 행정관이 같은 사무실의 7급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교제) 끝에 아내까지 살해하는 파렴치한 사건이었다.

얼마전에는 최연희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 성추행 사건이 터져 세상을 시끄럽게 했다. 소위 동아일보 정치부 여기자와 관계된 사건이라 ‘여기자들의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내고 국회 제명과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설상가상으로 ‘음식점 여주인으로 착각해 실수했다’고 위기를 모면해보려 둘러댄 말이 불섶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되어버렸다. 급기야 음식점 중앙회가 ‘성추행 사건과 관련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성명을 내기에 이르렀다.

외교부 간부가 외국 언론사 서울지국 여기자를 성추행했다 해서 3개월 감봉이라는 징계를 받았던 것이 지난해 일이었는데, 또 다시 여기자 성추행 사건이 빚어진 것이다. 공교롭게도 서울구치소에서 성추행 당한 여성 재소자가 자살을 기도하는 사건까지 겹치고 부적절한 관계로 아내를 살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여기자 성추행 사건이 일어나자 어디를 가나 화제거리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본질이 퇴색되고 본말이 전도되는 모양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민언련이 해당 언론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권언유착이 여기자 추행 불렀다’고 의원 사퇴와 언론 자정 촉구를 한 것은 양비론이 될지 모르지만 한번쯤 음미해야 할 말이 아닌가 싶다.

국민을 하늘처럼 모시겠다는 것이 선거 때만 쓰이는 상투적인 언어가 되어서는 안된다. 더구나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소위 말하는 고위층, 지도급 인사들은 말로만 국민을 위하지 말고 행동으로 책임지고 헌신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생각을 해본다.  /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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