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똥구리, 연 줄이 엉켰어”
“쇠똥구리, 연 줄이 엉켰어”
  • 유진희
  • 승인 2005.01.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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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닮은 하늘구멍 아이들의 하루
장곡으로 들어가 금란초를 지나 좌회전해 작은 길을 따라 가다 “어린이집 앞 서행하시오”란 푯말 옆에는 하늘구멍이란 작은 농가가 있다.

공동육아 하늘구멍은 이제 막 28개월의 4살 재우부터 8살 기홍이 까지 12명의 아이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하늘구멍 아이들은 여느 어린이집  유치원 아이들과 다른 하루를 보낸다.

아침에 오면 먼저 모둠을 한다. 7살 8살 아이들 반인 구름반 아이들은 오늘 아침 과일도 먹지 않고 어제 사온 연을 만드느라 바쁘다. 연을 만들고 나들이 시간에는 연날리기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널빤지를 주우러 갈 것이다. 도란반 4,5,6,세 아기들은 오늘 언니 오빠들을 따라서 놀기로 했다.

모두 옷을 챙겨 입고 나들이에 나선다. 파카에 달린 모자를 쓰면 목이 조인다고 우기는 유강이게는 기린(보육교사)이 여성용 스카프를 성냥팔이 소녀처럼 예쁘게 매주었다. 연을 하나씩 들고 산비탈 길을 나르듯이 뛰고 마른 환삼덩쿨도 아랑곳 하지 않고 이 밭 저 밭 이 논 저 논 아이들이 뛴다.

차가운 바람이 싫지 않게 피부에 닿는다. 엄마랑 함께 나들이를 나온 재우만 자꾸 엄마를 보채며 뒤쳐진다. 사실 재우는 아직 정식회원이 아니다. 입회절차의 마직막인 하루 일과를 누나와 형들과 함께 보내는 날이다. 네 살이라지만 재우는 아직 28개월의 아기이다.

“자연과 마음껏 뛰어 놀게 하고 싶어 인터넷을 통해 하늘구멍을 찾았어요.” 조현재(36세, 명덕여고 교사)씨는 “재우가 숫자나 영어를 배우기보다는 누나나 형들 틈에서 뛰어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공동육아 하늘구멍에 보내기로 마음먹었어요.”

“쐬똥구리, 이거 어떻게 들어요?” 연줄도 길고 연 꼬리도 기니까 꼼꼼한 낙영이가 연줄을 엉키지 않고 들으려고 나름대로 애를 쓴다. “연 종이가 얇으니까 귀퉁이를 살짝 들어야 해”쇠똥구리는 옆에 와 낙영이 손에 연을 들려준다.

상진이, 기홍이, 상신이가 연을 날렸다.“와, 난다. 잘 난다!” 모두들 하늘을 향해 웃는다. 멀리서 “쇠똥구리!”를 부르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린다. 예지랑 동천이가 오늘 늦었다. 나들이 하는 곳으로 찾아 온 것이다.

12명의 아이들이 놀고 있다. 연을 날리는 아이. 엉킨 연줄을 풀고 있는 아이. 날아가는 연을 쫒아 뛰는 아이. 기린 손을 잡고 있는 아이. 어릴 적 우리도 이렇게 즐겁게 놀아 본적 있었나.

기현이가 배가 고프다고 쇠똥구리에게 가자고 재촉한다. 의림이도 연을 빌려주고는 이제 추운가 보다. 이제 하늘구멍으로 돌아가자고 보챈다. 논고랑에 언 얼음 판위에서 한 바탕 논다. 오르막길을 내달려 뛴다. 이웃집 강아지도 지나치지 않고 목 한번 다듬어 주고 커다란 장대도 주워들고 하늘구멍으로 간다. 기현이가 배고픈 줄 아는지 하늘구멍에서는 맛있는 음식냄새가 솔솔 난다. 유기농과 저농약 식재료만 사용하여 준비한 오늘 점심은 미역해물덮밥이다.

“다른 공동육아 어린이집보다 이곳 하늘구멍은 자연 환경이 최고에요.”하고 말한 쇠똥구리의 검게 그을린 얼굴 속에 어릴 속 나의 엄마가 있었다. 아이들은 배고픔도 잊었는지 마당에서 또 놀이를 한다. 내일은 이 마당에서 주원 온 널빤지로 널을 만들어 뛰겠지.......


공동육아 하늘 구멍은 인터넷 주소창에 공동육아(www.gongdong.or.kr)치고 김포 하늘구멍.문의 교육이사 모래콩 016-305-9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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