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FC의 추락이 참담하다. 2부리그 승격 이후 시민구단으로서 걸어온 짧지 않은 성장의 서사가, 한 직원의 손끝에서 시작된 공금 횡령 사건 앞에서 하루아침에 빛을 잃었다. 창단 이래 김포FC는 예산도, 인력도 넉넉지 않은 여건 속에서 시민들의 관심과 애정을 자양분 삼아 한 걸음씩 몸집을 키워왔다. 그런 구단이 정작 가장 기본적인 회계 관리 앞에서 무너졌다는 사실은, 그동안 쌓아온 노력이 얼마나 허약한 토대 위에 서 있었는지를 뼈아프게 확인시켜준다. 안타까움을 넘어 참담함을 느끼는 것은 비단 팬들만이 아닐 것이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개인의 일탈로만 치부할 수 없다. 출납을 담당한 직원 한 명이 2023년부터 상급자에게 “공금을 단기예금에 넣었다”는 허위 보고를 반복하며 자금을 빼돌리는 동안, 구단 내부에서는 어떤 견제도, 어떤 확인 절차도 작동하지 않았다. 자금의 요청과 승인, 집행과 계좌 관리, 회계 기록과 잔액 대사가 사실상 한 사람의 손에 맡겨져 있었다면, 이는 공공회계의 가장 기초적인 원칙인 직무분리와 상호견제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소규모 조직, 소수 인원으로 운영되어 온 시민구단의 태생적 한계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3년에 걸쳐 83억 원이라는 거액이 새어 나가도록 방치한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그런 여건일수록 내부통제 시스템은 더 촘촘하게 설계되었어야 했다. 통장과 인감, 인터넷뱅킹 권한이 분산되어 있었는지, 이중 승인 체계는 있었는지, 대표이사와 이사회에 대한 정기 보고가 실질적으로 이뤄졌는지 - 이 모든 물음에 대한 답을 이번 기회에 낱낱이 밝혀야 한다.
홍경호 대표이사는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임기중 무보수로 재작하면서 사재를 들여 구단을 후원해온 그의 그간의 노력과 진정성을 폄훼해서는 안돨 것이다, 그러나 도의적 사직만으로 83억 원에 달하는 시민 혈세의 손실 책임이 마무리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사직서 수리는 법적 책임의 범위와 관리 부실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규명될 때까지 보류하는 것이 마땅하다. 아울러 대표이사와 선수단장 선임 과정에 정치적 인연이나 개인적 친분이 개입되지는 않았는지도 투명하게 검증해 의혹의 여지를 남기지 말아야 한다.
책임 규명은 구단 안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김포시청은 출자·출연기관에 대한 지도·감독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3년에 걸친 대규모 자금 유출을 감사 이전까지 파악하지 못했다면, 담당 부서의 보고 체계와 점검 관행 자체가 유명무실했다는 방증이다.
김포시의회 역시 매년 예산과 결산을 심의하고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구단을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다. 반복된 심의와 감사에서도 구조적 위험 신호를 잡아내지 못했다면, 정치적 책임과 의정 감시 책임 또한 결코 가벼울 수 없다. 대표이사 개인의 거취 문제로 사안을 축소해서는 진상의 절반도 밝힐 수 없다.
무엇보다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횡령에 가담하거나 이를 방조·묵인한 모든 관련자를 끝까지 찾아내는 것이다. 자금이 일본 부동산 매입과 고급 외제차 구입 등에 흘러 들어갔다는 정황은, 이 돈이 단순한 개인 착복을 넘어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방식으로 은닉·소비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자금의 이동 경로와 최종 사용처, 공범 또는 조력자의 존재 여부를 철저히 수사해 단 한 푼의 시민 혈세도 그냥 사라지도록 두어서는 안 된다. 환수 가능한 자산은 수사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신속히 파악해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손실과 관리 부실의 인과관계가 확인되는 관련자들에게는 손해배상과 구상권 청구 등 경제적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한다. 형사처벌 역시 죄에 상응하는 무게로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도의적 책임” 뒤에 숨어 실질적 책임을 회피하는 선례를 남기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이 모든 책임 규명의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라운드 위에서 땀 흘려온 선수단과, 묵묵히 제 몫의 업무를 다해온 현장 구성원들에게 이번 사태의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들은 이번 사건의 피해자이지 가해자가 아니다. 8위라는 순위표의 숫자보다, 구단이 다시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 자체가 더 중요한 시점이다.
김포FC는 단순한 스포츠 구단이 아니라 김포시민의 자존심이자 지역 공동체의 자산이다. 그렇기에 이번 사건이 김포FC의 존립 기반을 흔드는 위기로 끝나서는 안 된다. 뼈아픈 만큼 철저하게 책임을 규명하고, 무너진 회계와 내부통제 시스템을 처음부터 다시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투명한 자금 관리 체계, 실질적인 상호 견제 구조, 그리고 시민과 시의회의 상시적인 감시 기능이 함께 작동할 때에야 비로소 김포FC는 이번 사태 이전보다 더 단단한 구단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책임을 묻는 일과 조직을 다시 세우는 일, 이 두 가지는 결코 별개의 과제가 아니다. 지금 김포시와 김포시의회, 그리고 김포FC 스스로에게 요구되는 것은 바로 그 두 과제를 동시에, 그리고 끝까지 완수해내겠다는 결기다.

